박찬욱 “정치보단 예술, 100년 뒤 남을 영화 찾겠다”
수정 2026-05-13 09:38:04
입력 2026-05-13 09:38:10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칸 현지서 AFP와 인터뷰서 심사 철학 밝혀…“국적·이념 배제, 가치로만 평가”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 소회 “기회 얻지 못했던 한국 영화 선배들 생각나”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 소회 “기회 얻지 못했던 한국 영화 선배들 생각나”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한국 영화사의 새 지평을 연 박찬욱 감독이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엄격한 심사 철학을 공개했다.
현지 시각으로 11일, AFP 통신은 프랑스 칸에서 박찬욱 감독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박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특정 장르나 정치적 메시지에 함몰되지 않고, 오직 ‘시간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예술적 성취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상이라는 것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인만의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작품을 평가할 때 국적,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 요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 자체가 지닌 내재적 가치만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 |
||
| ▲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칸 현지에서 AFP 통신과 인터뷰를 하며 심사 철학과 소회 등을 밝혔다.(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 ||
특히 최근 세계 영화계의 흐름인 정치적 올바름(PC)이나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그 이유만으로 우대받아서도 안 된다”며, 제작자가 어떤 주제를 선택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풀어내는 ‘예술적 완성도’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박 감독의 심사위원장 위촉은 그와 칸 영화제가 맺어온 22년 인연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이후 ‘박쥐’(2009)의 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2022)의 감독상 등을 거치며 칸이 가장 신뢰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한국인이 심사위원장이 됐구나’라는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한국 영화가 변방 취급을 받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대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과 배우들이 많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의 변화는 그런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며 공을 선배 영화인들에게 돌렸다.
박 감독은 자신의 국적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며, 심사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영화사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위치임을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며, “이상적으로는 훗날 역사가 오늘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이 이끄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약 열흘간 경쟁 부문에 초청된 20여 편의 작품을 심사하며, 오는 5월 24일 폐막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