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 전망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체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불안까지 겹치며 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성장과 물가 흐름이 동시에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 전망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체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3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현재 연 2.50% 수준의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7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다만 최근 들어 한은 내부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경계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성환 전 금통위원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개인적으로 금리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던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물가 압력이 굉장히 크고 물가 불확실성도 매우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유상대 부총재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원인 유 부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한은 내부에서도 기존의 완화적 기조보다 물가 대응 필요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전월(2.2%)보다 높은 2.6%를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전달 9.9%에서 21.9%로 급등했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2.9%까지 치솟으며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중동 상황 전개와 유가 흐름, 석유류 외 품목으로의 물가 파급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물가 대응 기조도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물가 관리에 정부가 전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며 관계 부처에 서민 물가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도 지난 11일 "물가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물가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성장 흐름까지 예상치를 웃돌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 수준까지 잇따라 상향 조정있고, 한은도 이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가와 성장 흐름이 동시에 예상치를 웃돌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에도 변화 가능성이 예상된다. 다만 업황 회복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된 데다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