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갚으면 금리 오른다"…은행권 신용대출 금리역전 심화
수정 2026-05-15 13:22:27
입력 2026-05-15 13:22:39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3월 신용대출 금리 최저신용자 0.5%p↓ 고신용자 0.1%p↑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에게 대출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에 따라 저신용자 금리수준이 여전히 고신용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금리감면이 저신용자에게만 제공돼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대출에서는 최저신용자 금리가 고신용자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금리역전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압박에 못이겨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우대하면서 신용을 잘 쌓아왔던 고신용자에게 피해가 대거 전가되는 형국이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서민금융제외)는 4.56%로 집계됐다. 전달 평균 4.51% 대비 약 0.05%p, 1월 평균 4.43% 대비 약 0.13%p 각각 상승한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4.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하나 각 4.64%, NH농협 4.45%, KB국민 4.31%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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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이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에게 대출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에 따라 저신용자 금리수준이 여전히 고신용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금리감면이 저신용자에게만 제공돼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대출에서는 최저신용자 금리가 고신용자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금리역전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압박에 못이겨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우대하면서 신용을 잘 쌓아왔던 고신용자에게 피해가 대거 전가되는 형국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농협을 제외한 4개 은행이 매달 평균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면을 살펴보면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000~951점 △950~901점 △900~851점 구간에서만 금리 상승분이 대거 적용됐다. 800점 이하 중·저신용자 구간에서는 2월까지 금리가 상승했다가도 3월 들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5대 은행의 1000~951점의 최고신용자 평균 대출금리는 △1월 4.38% △2월 4.46% △3월 4.50%로 매월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800~751점 평균 대출금리는 △1월 6.45% △2월 6.46% △3월 6.42% 등으로 상승이 더디다가 오히려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600점 이하의 최저신용자의 경우 금리가 △1월 8.89% △2월 8.85% △3월 8.38% 등 유일하게 매월 하락했다. 신용점수 중 금리 절대값은 가장 높은 편이지만,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불구 홀로 금리 감면을 받은 셈이다. 은행별로 2월 대비 3월 금리를 비교해보면 신한이 7.99%에서 7.25%로, 하나가 9.26%에서 9.11%로, 농협이 9.56%에서 8.38%로, 우리가 9.07%에서 8.30%로 각각 인하됐다. 국민은 홀로 시장논리에 따라 8.36%에서 8.84%로 상승 조정됐다.
이 같은 금리역전 현상은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월 5대 은행의 마통 평균금리는 4.83%로 전달 4.82% 대비 약 0.01%p 상승했다. 1월 4.76%에 견주면 약 0.07%p 상승한 값이다. 하지만 1000~851점 등 고신용자 구간에서는 매월 평균금리가 상승한 반면, 700~601점 구간에서는 매월 크게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1000~951점 마통 평균금리는 △1월 4.68% △2월 4.75% △3월 4.76% 등 매월 상승세를 보인 반면, 650~601점 구간에서는 △1월 5.76%(5개사) △2월 5.65%(3개사) △3월 5.43%(4개사) 등 매월 하락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600점 이하 마통 평균금리가 4.41%를 기록해 최고신용자인 1000~951점의 4.75% 보다 약 0.34%p 낮은 금리혜택을 누렸다.
은행별로 놓고 봐도 유독 저신용자에게 금리혜택이 집중됐다. 3월 마통 금리를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600점 이하 대출자에게 3.73%로 제공한 반면, 951점 이상 대출자에게 4.86%의 금리로 마통을 제공했다. 국민은행도 600점 이하에게 4.06%의 금리로 마통을 제공한 반면, 951점 이상에게는 4.38%의 금리로 공급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600점 이하 최저신용자가 거듭 최저금리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1월 3.79% △2월 3.78% △3월 3.73% 등이었다. 반면 951점 이상의 대출자는 △1월 4.76% △2월 4.83% △3월 4.86% 등을 기록해 대비됐다.
이처럼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은행권의 대출금리 역전 현상은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얼마큼 실현했느냐를 선의에 의존하지 않고 불이익이나 이익을 주는 등 제도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냐"고 질의한 바 있다. 또 "포용금융이라는 게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을 계속 주지시켜야 한다"며 당국에 포용금융을 특별히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신용등급은 과거의 잔상이자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며 "낡은 신용평가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직접 현행 포용금융 제도에 문제의식을 제기한 만큼, 금융권도 중·저신용자에게 대출 혜택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세 속 중·저신용자에게 적용하지 못한 금리상승분을 고신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만큼,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요구가 강화되면서 은행에 따라 고신용자 금리가 중신용자보다 높을 때도 많다"며 "이 같은 금리역전이 장기화될 경우 오랫동안 대출금을 제때 갚으면서 신용을 잘 쌓아온 고신용자들이 역차별 문제로 불만이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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