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양세훈 기자]예고한 대로다. 설마 하는 유예 연장은 없었다.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가 5월 10일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정부가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흐를지는 안갯속이다. 매물이 풀리면서 집값 안정화라는 연착륙을 기대할 수도, 반대로 매물 잠김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선택지는 “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다. 물론 다주택자들만의 고민이다. 1주택자나 전월세 임차인으로서는 마냥 부러울 따름이나, 지난 유예기간 동안 팔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향후 이어질 정부의 강력한 보유세 정책에 바짝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내놓으려 해도 뛴 세금이 부담이고, 버티면 앞으로 강화될 보유세가 더 걱정이다.

세금은 무섭다. 양도세 중과로 앞으로 집을 팔려면 기본세율에 더해 2주택자는 20%p, 3주택자 이상은 30%p의 가산세율을 적용받는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최고세율은 82.5%에 달한다. 시세 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한방이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살목지 귀신보다 세금이 더 무섭다는 푸념 섞인 절규가 나올 정도다.

결정적 한 방은 보유세 개편이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이는데, 오는 7월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손질된 강력한 보유세 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바로 실행된다면 다주택자들의 고민의 시간은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처럼 몰아붙이는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불로소득 차단과 시장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매물 유도’와 ‘투기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것이다.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공급이 늘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 유예 종료 직전 지난 두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평시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지역 대단지에서는 중과세를 피하고자 다주택자들이 시세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에 쏠렸던 자금이 산업 분야로 이동하고 투기 수요가 빠진 자리에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채우며 주거 사다리가 회복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전망이다.

과연 그럴까. 시장이 생각처럼 움직여 줄까. 전문가들은 양도세가 너무 높으면 파는 대신 ‘증여’를 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가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본다. 실제 지난 4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3월 대비 45.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으로 80%를 내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주겠다”는 심리가 지배한 것이다.

또 일부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세금을 임차인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월세를 수십만원씩 올리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오히려 서민의 주거비 부담만 높아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은 정부 생각처럼 순진하지 않으며, 셈법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단호하게 끊어낸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과거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들 실패한 원인은 단단한 심지가 없어서다. 일부 여론과 정치논리에 정책은 누더기가 돼 무너졌고, 시장은 버티면 된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장악했다.

부동산 정책은 ‘의도’가 아닌 ‘결과’라고 한다. 이번 5.10 조치가 투기를 잡는 신의 한 수일지, 아니면 시장을 마르게 하는 악수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뚜렷한 명암은 이미 진행형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그리고 앞으로 4년. 부동산 정책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 노력해서 돈을 모아 집 한 채 살 수 있는 나라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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