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구독 방식 도입…현대차, 전기차 택시 대상 실증
소유권·사고 책임 등 제도 공백...시장 안착 위한 제도 정비 시급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량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분리해 별도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며 전기차 대중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비용 구조의 적정성과 더불어 소유권 관계, 사고 책임 소재 등 복잡한 제도적 과제가 산적해 있어 실제 시장 안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실증특례 사업으로 지정하고 사업성 검증에 착수했다. 완성차 업체와 캐피탈사 등이 참여해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하는 구조를 시험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별도 계약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AI 생성


◆ "차체 구매·배터리 구독"전기차 구매 문턱 낮춘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다. 통상 차량 가격의 약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초기 구매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배터리 구독 모델은 이 비용을 구매 단계에서 제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 부담한다. 보조금을 반영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중형 전기차 기준으로 실구매가가 2000만 원대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배터리는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능이 저하되고, 보증 기간 이후 교체 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구독 모델에서는 배터리 관리와 교체 책임을 사업자가 맡기 때문에 소비자는 관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배터리 구독이 실제 운행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단순한 가격 인하 효과를 넘어 유지비 절감까지 이어지는지 여부가 핵심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실증 사업에 참여해 구독 모델의 경제성을 검증한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보증 기간이 종료된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사업에 나선다. 수도권 법인택시 아이오닉5 5대를 활용해 배터리 소유권 분리 구조를 적용하고, 실제 운행 환경에서 전기차 운행 비용과 차량 활용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 "총비용 증가 우려"…요금 체계·책임 소재 과제

경제성을 둘러싼 우려도 공존한다. 초기 구매 가격은 낮아지지만 매달 납부하는 구독료를 장기간 합산할 경우 총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나눠 내는 구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를 회수해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 모델을 통해 구독료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배터리 잔존 가치를 활용해 소비자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제도적 정비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배터리 소유권을 누구에게 둘 것인지,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 기본적인 법적 기준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중고차 거래 시 배터리 가치 반영 방식과 구독 계약 승계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구독을 단순한 가격 인하 정책이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향후 요금 체계와 제도 설계, 소비자 수용성이 시장 안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구독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실증 과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이 향후 시장 확대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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