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른자 정비사업, '쩐의 전쟁' 됐다…"누가 누가 더 싸게 하나"
수정 2026-05-17 09:43:45
입력 2026-05-17 09:43:52
박소윤 기자 | xxoyoon@daum.net
압구정·신반포·성수 핵심 사업지서 금융조건 경쟁 격화
건설사들 CD·COFIX 기준 파격 조달금리 잇달아 제시
건설사들 CD·COFIX 기준 파격 조달금리 잇달아 제시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서울 핵심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금리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압구정·반포·성수 등 이른바 노른자 입지 사업장을 선점하기 위해 파격적인 사업비 조달금리 조건을 잇달아 앞세우며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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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건설업계가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을 줄여 수주전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건설사 간 금융조건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압구정3·5구역, 신반포19·25차 등이 꼽힌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에서,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은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각각 맞붙고 있다.
최근 수주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조달금리 전략이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금리 차이가 조합원 분담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에 따라 조합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이 수십억~수백억 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조합들도 금융조건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압구정 재건축 일부 사업장에서는 입찰지침서를 통해 사업비 조달 가산금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시황에 따라 변경' 같은 애매한 표현을 붙이는 과거 관행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건설사들도 앞다퉈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 입찰에서 'CD금리+0.49%', 압구정5구역에서는 '신 잔액기준 코픽스(COFIX)+0.49%' 조건을 제시했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제안에서 필수사업비 금리를 'COFIX 신잔액 기준 가산금리 0%'로 책정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조합원 체감 효과가 높은 혜택으로 평가된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은 한층 더 치열하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 측에 'CD-0.1%' 조건을 제안했고, 삼성물산은 'CD+0%' 조건을 제시했다. 사업 초기 조합이 안게 될 리스크를 시공사가 대다수 흡수하는 방식을 고안한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성수4지구 첫 입찰 당시 'CD-0.5%'라는 조건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비록 해당 입찰은 유찰됐지만 이후 정비업계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경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금융조건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건설사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 지연 리스크 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단순 브랜드 경쟁만으로는 조합 표심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은 단순 수익성보다 핵심 사업지 선점 효과를 더욱 중시하는 분위기다. 압구정과 성수 일대가 향후 초고가 주거벨트 재편의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만큼, 일부 수익성을 감수하더라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금융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비 금리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하면 결국 건설사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안정성과 공사 수행 능력도 함께 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들이 브랜드 못지않게 금융조건을 꼼꼼히 따지면서 수주전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앞으로는 설계·특화 경쟁과 함께 금융조달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