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공약, ‘인프라’ 편중…기업 유치 위한 ‘자유분권’ 실종
수정 2026-05-16 10:38:07
입력 2026-05-16 10:38:2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정당별 경제 공약, 국책 사업 유치 등 ‘중앙 의존형’ 탈피 못해
산업계 “기업이 원하는 것은 예산 투입보다 규제·세제 자율권”
산업계 “기업이 원하는 것은 예산 투입보다 규제·세제 자율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6.3 지방선거가 18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이 내놓은 지방시대 공약이 기업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자유분권’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자체가 기업을 위해 경영 환경을 설계하는 ‘제도적 경쟁’ 대신,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 실업으로 인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 유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에도, 정작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전무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일시적인 현금성 보조금이나 인프라 제공 등 사후약방문식 공약에만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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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지난 4월 22일 국회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약 핵심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 ‘지방 주도 성장’ 내걸었지만… 알맹이는 ‘예산 할당’
여야 정치권은 공히 ‘지방시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예산 폭탄’과 정부 주도의 ‘기회발전특구 유치’를 핵심 무기로 삼아 여당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중앙정부의 독주를 비판하면서도, 대안으로 내놓는 공약 역시 중앙 예산의 강제적 지역 할당이나 대규모 국책 사업 유치 등 또 다른 형태의 ‘배분’ 논리에 매몰돼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지자체가 스스로 경영 환경을 설계하는 자립형 분권보다는 중앙의 재원 배분 방식에만 매몰돼 있는 셈이다. 지자체 조례를 통한 규제 완화나 세제 차등화 등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혁신은 여야 공약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저서 『자유분권과 지방자치』를 통해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의 권한 이양이 아닌 ‘지방정부 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철폐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비로소 지역 경제의 자생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현 대표의 논리는 지방분권을 단순한 ‘행정 권한의 이양’이 아닌 ‘시장 경제 체제의 도입’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가 정해놓은 획일적인 법령과 조세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어, 각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제도적 무기를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진정한 자유분권이 정착되려면 지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경영 주체가 돼 기업을 향해 제도적 세일즈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현 대표의 제언이다. 지자체 스스로 지역 내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거나, 중앙정부의 경직된 규제를 지역 특성에 맞게 과감히 철폐해 줄 때 기업의 자발적인 지방 투자가 유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자기책임성’과 ‘차별화’다. 제도 혁신을 통해 기업 유치에 성공한 지자체는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해 지역 성장을 이끌고,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도태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지방 행정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분석이다.
현 대표는 “중앙의 재정적 시혜에 기대는 현재의 공약 기조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법적·제도적 혁신을 무기로 삼는 ‘시장 친화적 분권’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비로소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자생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업이 원하는 건 ‘산단 부지’ 아닌 ‘규제·세제 자유’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지자체에 실질적인 ‘재정·입법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자체 후보들의 ‘산업단지 조성’ 공약이 실제 기업의 요구사항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이 지방 이전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는 물리적 부지 제공보다 해당 지역이 보장하는 ‘경영의 자유’와 ‘차별화된 세제 혜택’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텍사스와 플로리다주 등은 주(State) 차원의 법인세 감면과 과감한 규제 철폐를 내세워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국내 지자체 공약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 등 중앙의 시혜적 지원을 기다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 조례를 통해 중앙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 허들을 설정하겠다는 ‘규제 자치’ 공약 역시 미미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자치의 고질적 문제인 ‘2할 자치(재정·입법권의 중앙 집중)’가 기업의 지방 투자를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지자체가 기업 경영의 파트너로서 세수 경쟁을 벌이는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토목 공약은 재정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진권 대표는 “지방 소멸의 실질적 해법은 지자체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자율권의 크기’에 달려 있다”며 “후보들이 중앙 예산 확보 경쟁을 넘어, 지역별 경영 환경을 차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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