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 뒤 부실한 서사와 역사 왜곡…자주성 훼손 '천세'만 머리 속에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아이유와 변우석의 만남, 현대판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군림했던 300억 대작 시리즈 '21세기 대군부인'이 지난 16일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종영을 맞이한 안방극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써 내려간 화려한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드라마의 종착지는 개연성의 붕괴와 역사 인식 부재라는 깊은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결국 자신을 죽이려고 한 세력을 물리치고, 군주제 폐지를 단행한 후 어설픈 평민이자 재벌의 사위로 돌아간 이안대군(변우석 분)과, 유능한 사업가의 자리로 돌아온 성희주(아이유 분)가 일상에서의 달달한 사랑을 완성한다. 

그러나 극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그동안 촘촘하게 쌓아 올렸던 인물들 간의 대립과 신분 타파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은 간데없고, 급작스러운 전개와 설득력 없는 화해로 점철되며 해피엔딩을 쥐어짜냈다.

   
▲ 300억 원이 들어간 대작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글로벌 화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개연성과 당위성 부족, 역사 왜곡 논란 등을 흠결로 남기고 16일 종영했다./사진=MBC 제공


특히 최초 드라마의 설정인 입헌군주제로의 회귀하는 비역사 개연성과 당위성이 완전히 무너지며 드라마 후반으로 갈 수록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몇 문장의 대사만으로 오랜 갈등이 봉합되거나, 인물의 심리 변화가 충분한 설명 없이 극단적으로 튀는 등 후반부 전개는 폭주에 가까웠다. 

서구권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서 "피날레를 참을 수 없다"라며 열광하던 해외 팬들조차 종영 직후 "스토리의 결말을 이해할 수 없다", "급조된 마무리에 배신감이 든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종영 직전 터진 치명적인 역사 왜곡 논란이다.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새로운 왕을 향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던 ‘천세(千歲)’를 외치고, 왕이 자주국의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중국의 신하가 쓰던 구류면류관을 착용한 설정이 지적을 받았다.

가상의 대체 역사물이자 판타지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주성을 스스로 격하시킨 사대주의적 묘사는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제작진은 뒤늦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VOD 및 OTT 영상 수정에 나섰지만, 종영의 감동을 기대했던 안방극장에 재를 뿌린 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대군부인'이 남긴 상업적 성과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작품은 공개 후 28일 기준 북미, 유럽, 중남미 등 비아시아권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 1위에 등극했다.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 4300만 시간을 돌파하며 장르물에 치중되어 있던 K-콘텐츠의 영역을 로맨스 판타지 영역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결국 '21세기 대군부인'은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 동시에, 창작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무책임한 역사 고증과 부실한 후반부 집필이 작품의 가치를 얼마나 갉아먹는지를 보여준 단면이 됐다.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지켜보는 지금, 화려한 성적표 뒤에 숨은 부끄러운 민낯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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