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2차 사후조정 돌입…결렬 때는 파업 불가피
한때는 DS 부문도 위기론 제기…“경쟁력 확보에도 투자해야”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로도 성과급 확대 요구 이어질 수도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 내에서는 국가 신뢰도와 경제 파급력을 고려해 파업만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다른 계열사까지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돌입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진행됐던 1차 사후조정에서는 협상이 결렬됐으나 정부가 중재에 나서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노사가 대화에 나서달라 요구하면서 2차 사후조정이 열리게 됐다. 

이번 사후조정은 노조가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보인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의 상한선도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 등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2023년 적자 불구, 탐욕의 노조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도 불안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328억 원을 기록했는데 연간 영업이익은 3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 전망에 노조 측은 기준 자체를 대폭 상향하는 무리한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 달성 시 성과급으로만 45조 원이 필요하고, DS(반도체) 부문 임직원은 평균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재계 내에서는 실적을 회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3년에는 DS 부문에서 14조8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도체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실적이 삼성의 위기를 가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을 등한시 하며 하이닉스에 시장을 내줬다. 때마침 불어온 AI 광풍에 사이클이 훈풍을 타며 엄청난 실적이 나오고 있지만, 기술 수준에 있어 여전히 경쟁사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대응에 나섰고, AI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반등이 맞물리며 실적 회복세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다. 그러나 초격차 유지와 HBM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부분에서 만회하기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문제는 시황 변화에 따른 실적 반등을 노조가 자신들만의 성과로 연결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적자를 볼 때는 무능한 경영진을 탓하다 시황 반전이 되자마자 상상하기 어려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는 회사의 발목을 잡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와 반대되는 사례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저가 수주로 인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주 호황에 힘입어 2023년부터 실적을 회복하더니 지난해에는 86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처럼 회사가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면서 근로자들은 강력한 보상을 요구할 명분은 충분했으나, 지난해 협상에서는 일부 양보를 통해 사측과 합의를 마무리했다. 지급 규모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금액의 208%였으며, 적정선에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올해는 삼성전자의 기조를 따라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열사 전반으로 성과급 인상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우리나라의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공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재원이 노조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노조 압박 지속…“파업만은 막아야”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조에 대한 압박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 시에도 안전보호시설 및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에게는 시설을 점거하거나 잠금장치 설치, 근로자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위반 시에는 노조는 각 1억 원, 지부장과 위원장 대행은 각 1000만 원씩을 내도록 이행강제금 결정도 내려졌다. 이에 노조의 파업에 대해 일부 제약이 생겼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삼성전자 파업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중지하고 즉각 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재계 역시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즉각적인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되고, 국가 재정의 세수 결손을 초래해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산업계 곳곳으로 성과급 인상 압박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내 제조업 전반의 인건비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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