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칸’에서 황정민, 보다 큰 꿈 품어본다
수정 2026-05-18 16:47:53
입력 2026-05-18 16:03:50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나홍진 신작 ‘호프’ 베일 벗자 뤼미에르 대극장 흥분, 7분간 기립박수
‘곡성’ 잇는 광기 정점 평가…송강호 이은 두 번째 남우주연상 기대감
‘곡성’ 잇는 광기 정점 평가…송강호 이은 두 번째 남우주연상 기대감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황정민이 자신의 다섯 번째 칸 국제영화제 무대에서 생애 첫 공식 경쟁 부문 트로피를 향한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밤 9시 40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 ‘호프’(HOPE·감독 나홍진)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2300여 석의 대극장은 늦은 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영화인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이날 상영회는 파격과 전율의 연속이었다. 예술성을 극대화한 정극 위주의 작품들이 주로 초청되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1980년대 시골 마을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외계 존재의 침공을 다룬 SF 액션 스릴러 ‘호프’의 등장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2시간 40분에 달하는 압도적인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 우리 시간으로 18일 새벽에 열린 영화 '호프'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끝난 후 현지 언론과 평단은 영화에 대한 호평뿐 아니라 주연 배우인 황정민의 미친 듯한 연기에 열광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극장 안의 불이 켜지기도 전에 극장을 뒤흔드는 듯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약 7분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출을 맡은 나홍진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동안, 주연 배우 황정민은 관객석의 폭발적인 호응에 환한 미소와 손인사로 화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에 있던 외신들은 “역대 가장 대담하고 재미있는 장르 영화의 탄생”(버라이어티), “나홍진의 전작들을 워밍업으로 보이게 만드는 아찔한 질주”(할리우드리포터)라며 즉각적인 찬사를 쏟아냈다.
이번 상영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황정민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라는 평이다.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로부터 마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시골 경찰 ‘범석’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소시민적인 친근함으로 시작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수록 통제 불능의 광기와 처절한 생존 본능을 뿜어내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과거 ‘곡성’(2016)에서 무당 일광 역을 통해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황정민은 이번 ‘호프’에서 나홍진 감독과 다시 만나 한층 더 진화하고 밀도 높은 연기 아우라를 완성해 냈다. 특히 할리우드 톱스타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 등 글로벌 배우들과의 팽팽한 연기 대결 속에서도 중심축을 단단히 잡으며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로서의 클래스를 여실히 증명했다.
상영 직후 현지 평단에서는 “인간의 본원적인 공포와 처절함을 이토록 날 것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단연코 황정민뿐”이라는 극찬이 흘러나왔다.
황정민에게 칸은 낯선 무대가 아니다. 2005년 ‘달콤한 인생’을 시작으로 ‘곡성’(2016), ‘공작’(2018), ‘베테랑2’(2024)까지 비경쟁 부문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무려 네 차례나 칸의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배우 개인의 연기력을 심사해 트로피를 수여하는 공식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섯 번째 방문 만에 마침내 남우주연상 후보 자격을 갖추고 정식 링 위에 오른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화계의 시선은 지난 2022년 영화 ‘브로커’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배우 송강호의 역사적 순간으로 향하고 있다. ‘호프’가 공개 직후 강력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경쟁 부문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함에 따라, 황정민이 송강호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배우 사상 두 번째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감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다섯 번째로 밟은 칸의 레드카펫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황정민.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매료시킨 그의 신들린 열연이 과연 황금종려상 향방을 쥐고 있는 박찬욱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우주연상이라는 보다 큰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칸 영화제의 막바지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