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부문 70%, 사업부 30%' 성과급 요구에 사내 발칵
수정 2026-05-19 10:32:15
입력 2026-05-19 10:32:19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중노위 임금협상서 성과급 배분 비율 두고 사내 갈등 폭발
노조 지도부 '부문 70%' 고수…"메모리·공통조직 희생 강요" 반발
노조 지도부 '부문 70%' 고수…"메모리·공통조직 희생 강요" 반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성과급 재원을 나누는 방식을 두고 노조 지도부의 요구안이 사내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흑자를 낸 사업부의 노력이 적자 사업부의 손실을 메우는 데 과도하게 쓰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노조 내부에서조차 "노조가 정작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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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성과급 재원을 나누는 방식을 두고 노조 지도부의 요구안이 사내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
◆ 쟁점은 '7 대 3' 배분안…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혜택"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중노위 협상 첫날부터 노사는 성과급 재원의 부문·사업부 배분 비율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현재 노조 지도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되, 이를 '부문 공통 재원 70%, 사업부 차등 재원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고수하고 있다. 이는 DS(반도체) 부문 전체 성과급 재원의 70%를 실적과 상관없이 모든 사업부에 균등하게 나눠주고, 나머지 30%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는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Foundry) 사업부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올해 대규모 흑자를 견인하고 있는 메모리사업부와 공통조직 직원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부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어, 삼성의 오랜 원칙인 '성과주의' 기조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메모리가 번 돈 왜 퍼주나"… 블라인드 등 사내 게시판 '초토화'
노조 지도부의 요구안이 알려지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은 항의 글과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선단 공정 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매달려왔지만 실제 돈을 버는 곳이 메모리인 만큼 그들이 더 많이 받는 것은 당연히 납득한다"면서도 "만년 적자를 내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가 부문 재원이라는 명목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성과급을 가져가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당한 보상을 위해서는 최소 '부문 30%, 사업부 70%' 비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모리 팹(FAB) 운영을 지원하는 공통조직 직원들의 박탈감도 상당하다. 한 공통조직 직원은 "우리 업무의 대부분이 메모리 관련 일이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뛰는데, 사무실에서 성과도 못 내는 적자 사업부와 왜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며 "메모리가 돈을 벌었으면 메모리 사업부와 연관성이 높은 조직에 우선 보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와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타결안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혹은 '부문 30%, 사업부 70%'가 거론된다. 적자 사업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양산을 막고, 임직원 동기부여라는 성과급 본연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 최승호 위원장 "DX부문 못해먹겠다" 발언 유출… 신뢰 치명상
성과급 배분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최승호 노조위원장의 '실언'까지 겹치며 노조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최 위원장은 협상 첫날 저녁,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 "DX(디바이스경험) 솔직히 못해먹겠네요"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해당 발언은 순식간에 캡처되어 사내외로 확산됐다.
부문의 경계를 허물겠다며 '초기업 노조'를 표방해 놓고, 정작 반도체 성과급 협상에서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자 5만 명에 달하는 DX부문 직원들을 배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사내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태다.
사내에서는 "DX부문 직원들에게도 조합비를 걷어가면서 필요할 땐 남 취급하느냐", "이런 식의 노조라면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등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노동계 및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부문 간 칸막이를 스스로 더 높이고 있다"며 "전체 직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가 5만 명 DX부문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특정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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