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비중국산 강제'·호주 '중국 지분 축출'…글로벌 공급망 재편 본격화
중국 저가 LFP 공세에 밀리던 K-배터리, 점유율 회복할 반사이익 기대
호주·남미 등 핵심광물 독립 가속…유럽 현지 맞춤형 포트폴리오 승부수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유럽과 호주 규제 당국이 중국이 장악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는 탈중국 압박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물량에 밀려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던 K-배터리가 글로벌 무역 장벽을 지렛대 삼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공급망 주도권을 탈환할 발판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특정 국가(중국)의 단일 업체로부터 조달받는 부품 비율을 30~40%로 제한하고 다변화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동시에 호주 재무부는 자국 내 주요 희토류 탐사 업체의 중국계 주주들에게 지분 전량 매각 명령을 내리는 등 배터리 공급망을 겨냥한 견제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탈중국 무역 장벽…K-배터리 반전 기회 되나

이런 글로벌 규제 당국 움직임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잠식해가던 중국 배터리 업계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구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부품 조달 제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진입 장벽이 대폭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역학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도 탈중국 배터리를 요구하는 기조가 짙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양산 능력과 하이엔드 기술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 3사를 대안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도 K-배터리의 중장기적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호주 등 자원 부국들이 핵심 광물 인프라에서 중국 자본을 배제하려는 행보 역시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가의 핵심을 차지하는 광물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력이 약화될 경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 완화와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평가된다.

◆ 광물 공급망 내재화…호주·남미 직거래 속도전

K-배터리 3사는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던 기초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광물 공급망 내재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규제 핵심이 결국 원산지 증명으로 귀결되는 만큼 채굴부터 제련, 전구체 생산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는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자본이 빠져나간 호주의 광산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중국산 핵심 광물 직거래 라인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셀을 조립해 파는 제조사를 넘어 광물 자원의 락인(Lock-in)까지 관리하는 종합 공급망 기업으로의 진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공급망 자립 행보는 EU가 도입중인 핵심원자재법(CRMA) 등 환경·노동 규제에 대응하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투명한 비중국산 광물 이력 관리를 통해 유럽 현지 완성차 업체들에게 안정적인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 폼팩터·소재 다변화…유럽 현지 점유율 회복 정조준

원가 경쟁력을 뒷받침할 공급망 재편과 더불어 유럽 현지에 구축된 생산 인프라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맞춤형 제품 라인업 강화 전략도 가동될 전망이다. K-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하던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중국산이 차지하던 중저가 라인업까지 점진적으로 공략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LFP 배터리와 미드니켈(Mid-Ni)등을 유럽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폼팩터(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비를 절감하고 현지 규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근거리 공급망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 내 진입 장벽을 쌓겠다는 의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유럽과 호주 등 글로벌 주요 경제권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독립된 핵심 광물 공급망과 유럽 현지에 최적화된 다양한 소재의 양산 능력을 결합해 시장 내 주도권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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