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대전환 승부수…“결국 태양광 보급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밖에”
수정 2026-05-19 13:23:36
입력 2026-05-19 14: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기후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세부계획 발표
재생에너지 목표 위해 태양광에 주력, 초대형 플래그쉽 구축
간척지·석탄발전 폐부지·접경지 등…수용성·공공성확보처 발굴
5대 과제·10대 전략 추진…계통·입지·비용·산업까지 전면 개편
재생에너지 목표 위해 태양광에 주력, 초대형 플래그쉽 구축
간척지·석탄발전 폐부지·접경지 등…수용성·공공성확보처 발굴
5대 과제·10대 전략 추진…계통·입지·비용·산업까지 전면 개편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데 이어,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초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에 나선다는 내용의 세부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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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동해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자료사진=LS전선 |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처음 수립된 중장기 계획으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로드맵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지역이 누리고 산업을 살리는 재생에너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보급 확대, 비용 절감, 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 체감 확대, 거버넌스 구축 등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번 계획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기존의 ‘화석연료 수입 중심 에너지 안보’에서 ‘국내 생산형(home-grown) 에너지 체계’로 전략 축을 전환하겠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계통 되는 곳부터”…수도권 중심 초대형 태양광 거점 발굴·구축
정부 전략의 핵심은 ‘속도’다. 2030년까지 불과 4년여 만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처럼 개별 사업 인허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을 우선하기로 했다.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GW급 초대형 태양광 플래그쉽(대표 거점) 단지 구축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총규모는 12GW 수준이다. 시화·화옹지구, 평택항·평택호, 간척지, 석탄발전 폐부지,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접경지역 등이 대표 후보지다.
정부가 이들 지역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계통 여유’가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송배전망 부족이다. 특히 호남권은 이미 계통 포화 상태에 가까워 신규 태양광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 반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계통 여유가 남아 있어, 계통 수용성과 공공성이 확보된 대규모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을 위해서는 결국 태양광 보급 속도를 최대한 당길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권 인근 계통 여유 지역을 활용한 지산지소형 보급 전략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도 구성한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발전 공기업이 참여해 후보지 발굴부터 인허가, 주민 수용성 관리까지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중심 확장”…2030년 전체 100GW 중 87GW 차지
이번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상 태양광 중심 전략이라는 점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2030년 목표 100GW 가운데 태양광이 87GW를 차지한다. 육상풍력은 6GW, 해상풍력은 상업운전 기준 3GW 수준이다. 나머지는 수력과 기타 재생에너지다.
이는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이 대규모 프로젝트 특성상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공장 지붕과 산업단지, 영농형·수상형 시설, 도로·철도·농수로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44.2GW 규모의 태양광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정 규모 이상 신축 공장에는 태양광 설치 의무화도 추진한다.
여기에 영농형 태양광 제도화와 이격거리 규제 완화가 본격 반영되면서 기존보다 입지 확보가 용이해졌다는 점도 정부가 100GW 목표를 실질화하는 배경이다.
실제 기후부는 “11차 전기본 당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제도 개선 효과를 새롭게 반영한 결과 100GW 보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체질’ 바꾼다…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 ESS·VPP 확대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력망 구조 자체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계통 개혁 없이는 사실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우려와 지적이 반영된 전략이다.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태양광·풍력이 늘어날수록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유연성 자원이 필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배전망 ESS를 확대해 지역 단위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분산형 전력망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ESS, 히트펌프를 결합한 패키지 사업을 통해 마을 단위 에너지 전환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가상발전소(VPP)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직접적인 세부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별도로 마련 중인 ‘전력망 혁신대책’을 통해 VPP 사업자 육성과 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VPP는 분산된 태양광과 ESS, 전기차 충전기 등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하는 개념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 핵심 전력시장 인프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100GW 체제에서는 결국 ESS와 VPP 없이는 계통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 구조 개편 “원전 수준의 태양광으로”…규모화·장기화, RPS 전환
정부는 비용 구조 개편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 제도가 가격 하락 유인과 장기 투자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RPS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제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장기 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목표는 2035년까지 발전단가를 △태양광 kWh당 80원 △육상풍력 120원 △해상풍력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재생에너지, 원전 수준의 경제적인 태양광”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보조전원이 아니라 사실상 주력 전원으로 인정하겠다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가 인하 압박이 과도할 경우 국내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보급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면서 “민관 합동 비용평가위원회를 통해 산업계와 함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전략 산업화…국내 기술력 높이고 실증 확대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재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약 6GW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연 10GW 이상으로 확대하고, 풍력 터빈 생산능력도 연 3GW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진 국산 모듈 비중을 장기적으로 8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산 인버터 사용 확대, 저탄소 모듈 인증 강화, 세제 지원, 공급망 관리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단순 민간 자산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차세대 기술 확보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탠덤셀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의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고, 건물일체형태양광(BIPV)과 동서 수직형 태양광 같은 신기술 실증도 확대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초대형 터빈 개발과 부유식 실증단지 구축을 추진한다.
주민 참여형 수익모델 확대…“1000만 명 재생에너지 소득”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돼 온 주민 반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공유’를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햇빛소득마을’과 ‘바람소득마을’이다. 주민들이 태양광·풍력 사업에 지분 투자나 채권 투자 방식으로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정부는 주민참여형 사업 확대와 자가용 설비 인증서(REGO) 도입 등을 통해 총 1000만 명 규모의 재생에너지 소득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2035년까지 200만 가구에 베란다 태양광을 보급할 계획이다. 과거 베란다 태양광 사업에서 제기됐던 시공 품질과 안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5년 하자보증과 전담 AS 체계도 의무화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현실성’…재원·투자 규모 관건, 전망 “12차 전기본에서 종합 검토”
다만 이번 계획을 둘러싼 현실성 논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계통과 재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와 송배전망 투자가 대규모로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공기업 한전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악화된 상태다.
정부는 ESS 구축 비용에 대해 “정부 재원과 민간 VPP 사업자 투자를 함께 활용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규모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100GW 목표가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원전·가스발전 비중과 어떻게 조정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기존 전원계획과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2030년 100GW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에너지 전원 믹스와 수요 전망은 12차 전기본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단순 보급 계획이 아니라 한국 전력시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며 “결국 관건은 계통 확충 속도와 주민 수용성, 그리고 민간 투자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