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지속에도 파업 불안감
이번 협상 결과가 산업계 기준 될 수 있어 ‘예의주시’
무리한 요구 접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 찾아야
   
▲ 산업부 박준모 기자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노조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의 중재에도 노조는 기존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에서 협상은 결렬됐고,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2차 사후조정에서도 진전은 없는 상태다. 노조가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노사 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축이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이유지만, 이번 협상이 전반적인 산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기업이자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주요 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며, 임금과 복지 체계 역시 국내 기업들의 대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돼왔다. 

SK하이닉스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는데, 그저 부러움을 샀을 뿐 삼성전자와 달리 사회적 공분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산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영향력에서는 삼성전자와 차이가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서부터 다른 산업군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노조처럼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성과급 요구는 곳곳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의 이번 협상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반도체(DS) 부문 직원이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면 다른 기업들의 성과급 체계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번 협상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노조의 요구에 밀려난다면 대한민국 산업계는 ‘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게다가 중소·중견업체와의 임금 격차는 더욱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지게 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적으로도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 추정 영업이익에 따른 DS 부문 직원의 성과급 6억 원은 평범한 직장인은 수년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거액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떼쓰기’ 식의 투쟁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까지 고려한 균형 잡힌 협상이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노조는 파업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우리 산업을 이끌어온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협상이 인건비 인플레이션의 시작점이 될지, SK하이닉스 사례처럼 진화된 성과급의 이정표가 될지는 노조의 이성적인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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