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성과급 양보했음에도 노조, 무리한 보상 굽히지 않아"
"원칙 포기 시 악영향…어떤 경우에도 파업 안 돼, 대화 지속"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노조의 과도한 보상 요구에 타협하지 않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 기본 원칙을 사수했다. 반면 노조는 끝내 대화를 외면하고 21일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파업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전면 가동 중단까지 이어지진 않겠지만, 인력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간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노조가 장기 투쟁을 이어갈 경우, 산업계 전반에 미칠 피해와 국가 경제적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 삼성전자가 노조의 과도한 보상 요구에 타협하지 않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 기본 원칙을 사수했다. 반면 노조는 끝내 대화를 외면하고 21일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한을 단 하루 앞두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3일간의 마라톤 교섭은 노사 간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최종 결렬됐다.


◆ 삼성전자 "적자 부서 보상 불가… '성과주의' 경영 원칙 사수"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사후조정 종료 직후 긴급 성명을 통해 "사측이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사후조정이 종료됐다"면서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이 교섭 파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사후조정 결렬의 책임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후 조정이 종료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사측은 노조가 '성과주의' 원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당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노조가 21일 총파업 강행을 선언하면서 반도체(DS) 등 핵심 사업장의 생산 라인 가동 차질 우려와 함께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법원 "필수 보안 인력 유지" 가이드라인… 인력 산정 두고 '2차 싸움' 예고

이번 파업이 생산 라인의 완전한 셧다운(가동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파업 중에도 방재·배기 등 안전시설과 반도체 웨이퍼 변질 방지를 위한 필수 보안 작업 인력을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노조는 하루 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사측은 "평일 파업 시 평일 수준의 인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은 "주말·휴일 수준의 최소 인력만 남겨두면 되기 때문에 21일 총파업 강행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법원이 파업의 가이드라인을 그어주면서 노조의 전면적인 스크랩(생산 전면 중단) 투쟁은 제동이 걸렸지만, 인력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차이가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하며 파업 돌입 이후에도 극심한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최후 보루'인 긴급조정권마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공익을 현저히 해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지만, 법리상 파업이 '현존하는 위협'이 되어야 하므로 실제 파업이 개시된 이후에야 발동이 가능하다. 

즉, 21일 파업 돌입 자체를 선제적으로 막을 방법은 전무한 셈이다. 아울러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더라도 노조법에 따라 파업이 금지되는 기간은 단 '30일'에 불과하다. 만약 이 30일간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기간 내에도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현행법상 한 번 발동된 긴급조정권을 연장하거나 재발동해 파업을 강제로 저지할 수 있는 추가 수단이 없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셧다운 위기가 한 달 뒤 더 큰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사후조정 결렬-법원의 제한적 가처분 인용-시한부 긴급조정권 리스크'가 겹치면서, 삼성전자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복합적 파국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 "노조 과도한 공세 맞서 성과주의 지켜낸 가치 있는 결단"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결단을 두고 당장의 생산 차질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국내 산업계의 근간인 성과주의 원칙을 수호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눈앞의 파업을 피하기 위해 무원칙한 선례를 남길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 전반의 대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까지 일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핵심 경영 메커니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당장의 파업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무리한 '적자 부서 보상' 요구를 수용했다면, 국내 전 산업계의 성과주의 시스템이 무너졌을 것"이라며 "노조의 과도한 공세에 밀리지 않고 경영 원칙을 확고히 사수한 삼성의 결단은 향후 대한민국 노사 관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이 보여준 원칙 중심의 대응이 향후 타 대기업들의 임단협 교섭에서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의 현장 혼선은 불가피하겠지만, '성과와 보상'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내야만 주요 기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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