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탈환, 실적 반전 성공…총파업 위기도 봉합
'영업익 12% 자사주'에 이사-주주 간 법적 리스크는 숙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전영현 부회장이 21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년간 전 부회장은 사상 초유의 적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 우려를 딛고 실적 반전을 이뤄냈다.

특히 취임 2주년 당일 예고됐던 총파업 위기가 극적으로 마무리되며 최악의 파국은 면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12% 자사주 지급'을 골자로 한 이번 합의안에 대해서는 주주 권익 침해에 따른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노노(勞勞) 갈등'의 상흔이 번지고 있어 전 부회장 앞에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 지난해 10월 3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올드 보이'의 귀환? 안팎의 회의론 실력으로 잠재우다

전 부회장 취임 당시 시장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메모리 사업부장과 삼성SDI 대표를 역임한 ‘베테랑’의 귀환이라는 기대감 뒤편에는, 급변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통하겠느냐는 회의론이 공존했다. "과거 인물을 다시 불러온 것은 혁신이 아닌 안정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화려한 취임식 등 격식을 모두 생략한 채 곧바로 집무실로 향해 현안을 챙겼다. 이후 사내 메시지를 통해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며 내부 기강을 다지는 동시에, 지지부진했던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향 HBM 퀄(품질) 테스트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전 부회장 취임 2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HBM3E 12단'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다. 전 부회장은 취임 1년 만에 업계의 우려를 딛고 주요 고객사 공급을 본격화했으며, 차세대인 HBM4에서도 커스텀(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주도권을 완전히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위상을 되찾았다. 2024년 당시 겪었던 수조 원대의 적자는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2나노(nm) 공정 기반의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성공하며 메모리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 벼랑 끝 '한 시간' 앞두고 극적 타결… 성과급 재원은 '영업익 12% 자사주'

실적과 기술력 면에서는 완벽한 부활을 알렸지만, 전 부회장의 취임 2주년 전날은 삼성 반도체 역사상 가장 긴박한 하루였다. 

총파업 개시를 불과 한 시간 앞두고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중재 하에 노사가 밤샘 심야 교섭을 벌인 끝에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냈기 때문이다. 초유의 반도체 생산 셧다운 위기라는 파국을 면하며, 장기간 이어진 벼랑 끝 대치가 일단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그간 초미의 관심사였던 성과급 재원 규모를 노조(15%)와 사측(10%)의 절충안인 '영업이익 12%(기존 1.5%+특별경영성과급 10.5%)'로 타협하고, 이를 현금이 아닌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점이다. 

지급된 자사주는 3분의 1만 즉시 매각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1~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최대 뇌관이었던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도 공통 부문 몫의 60%까지 제한적으로 성과급을 공유하도록 상한선을 씌우며 접점을 찾았다.

◆ 주주 사전동의 없는 '영업익 12%' 성과급 분배… 법적 리스크 우려

다만 이번 합의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우려가 깊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사회가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의견을 사전에 묻지 않은 채, 주주 배당금을 훨씬 웃돌 수십조 원 규모의 특별성과급 지급안에 서명한 것을 두고 법적 책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삼성전자는 이사와 근로자 간이 아닌, '이사와 주주' 간 새로운 차원의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잠정합의안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주단체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안은 주주 권익을 침해한 위법적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주주단체는 노사 합의안이 이사회에서 최종 비준될 경우, 법원에 '비준 효력 정지 및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2025년 7월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충실의무'를 진다"고 짚었다. 또한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성과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라기보다 경영판단 등이 합쳐진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라고 판시한 만큼, 회계학적으로도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파업을 막기 위해 주주 권익을 훼손하며 과도한 퍼주기식 합의를 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향후 주주들이 협상안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청구 및 배임 혐의 형사 고발 등 전방위적 집단 반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끊임없는 법적 리스크는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학계에서는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같은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직접적인 동의를 받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산 넘어 산 '노노 갈등'… 내부 결속 과제

사내 내부 분열 역시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협상이 DS(반도체) 부문 위주로 전개되면서 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의 소외감과 반발이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흑자를 낸 스마트폰(MX) 사업부는 내년 초 성과급 저하를 우려하는 반면, 만년 적자인 비메모리 사업부는 DS 부문에 속했다는 이유로 억대 성과급을 보장받게 되자 불만이 폭발했다. 실제로 DX 부문 직원들은 법원에 '임금교섭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밀실 교섭안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면충돌하고 있어, '노노 갈등'의 상흔을 남기게 됐다.

결국 취임 3년 차를 맞이하는 전 부회장은 기술 경영을 넘어 '주주 리스크 해소'와 '내부 결속'이라는 더 거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유예됐던 총파업이 재개될 리스크도 여전하다. 2년 전의 위기를 압도적인 초격차로 돌파한 전영현 부회장이 이번 내부 결속 리스크는 어떻게 넘길 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