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단, 한숨 돌린 산업계...'노란봉투법'발 갈등·불씨는 여전
수정 2026-05-21 17:05:46
입력 2026-05-21 17:02:33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대법원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단체교섭 의무 없어"
산업계, ‘안도의 한숨’ 쉬면서도 노사 갈등 지속 전망
하청노조 요구도 다양화 추세…투쟁 수위도 높아질 듯
산업계, ‘안도의 한숨’ 쉬면서도 노사 갈등 지속 전망
하청노조 요구도 다양화 추세…투쟁 수위도 높아질 듯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하청노조들의 원청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오는 대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는데 일단은 사용자성을 제한적으로 판단하면서 산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판단은 개정 전 법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으며, 노동계의 원청 압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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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노사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전국금속노조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 청구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 패소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거부하면서 2017년 소송이 시작됐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후 나오는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산업계도 주의 깊게 지켜봤다. 특히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노란봉투법을 등에 업은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원청의 사용자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산업계의 불안감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여전히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는 이어지고 있어 안심하기에도 이르다”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 불씨 여전…“노조 압박도 거세질 듯”
다만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씨를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해당 사건은 2017년 소송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적용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개정 전 법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역시 기존 판례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향후 노란봉투법 적용 하에서는 사용자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사 사건에서는 다른 법리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에서도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며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게다가 하청노조들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고용 안정이나 환경 개선을 넘어 성과급 차별 철폐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 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 직원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지만 하청 근로자들은 수백만 원의 상생 장려금을 받는다며 성과급 격차 해소를 원하고 있다.
하청노조들의 요구는 향후 임금체계 전반의 격차 해소와 처우 개선 요구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
금속노조 측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면서 향후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판결이 우리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며 “이제 거센 현장 조직화와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하청·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더 강한 단결을 만들고, 원청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산업계 내에서는 노조와의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에 따른 변화와 현장 갈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의 압박과 현장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는 하청노조들이 파업까지 나서면서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어 노사 갈등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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