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로 스크린 복귀, 수양대군에 가려졌던 비운의 천재
예술적 심미안과 비극적 서사 겸비…박보검이 완성할 새 안평대군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조선 역사상 가장 극적인 권력투쟁으로 꼽히는 계유정난은 그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카리스마와 야욕으로 점철된 수양대군이 늘 이야기의 중심축을 차지했던 반면,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동생이었던 안평대군은 언제나 극의 변두리에 머물러왔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장훈 감독의 영화 '몽유도원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서사의 초점을 수양대군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안평대군에게 과감히 맞추며, 배우 박보검을 통해 미디어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입체적인 안평대군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올 하반기 개봉할 장훈 감독의 영화 '몽유도원도'에서 비운의 왕자 안평대군을 연기할 박보검.(자료사진)/사진=더팩트


그동안 안평대군이라는 인물은 미디어에서 전면적으로 다뤄진 적이 드물었다. 

1990년 KBS 드라마 '파천무'의 차두옥을 시작으로 1994년 KBS '한명회'의 노영국, 1998년 KBS '왕과 비'의 정성모, 2008년 KBS '대왕 세종'의 한시훈, 2011년 KBS '공주의 남자'의 이주석, 2011년 JTBC '인수대비'의 이광기까지 주로 선 굵은 중견 배우들이 정치적 사건의 언저리에서 그를 연기해왔다. 

스크린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9년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박영석이나 2013년 흥행작 '관상'의 신기원 역시 짧은 등장에 그치며 안평대군이 가진 독자적인 매력과 깊이를 보여주기엔 비중이 대단히 적었다. 역사 속 안평대군이 지녔던 천재적인 예술성과 비극적 서사가 온전히 조명받지 못했던 셈이다.

이러한 전례 속에서 박보검의 안평대군 캐스팅은 그 자체로 파격적이자 필연적이다. 실제 역사 속 안평대군은 시(詩)·서(書)·화(畫)에 모두 능통해 당대 명나라 사신들까지 필체를 구하려 줄을 섰던 최고 수준의 문화 기획자이자 심미안을 지닌 인물이었다. 

박보검은 역대 안평대군을 연기했던 배우들 중 단연 가장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로, 예술을 사랑하고 풍류를 즐겼던 안평대군의 고결하고 기품 있는 이미지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당대 천재 문인들이 모여들던 문화 플랫폼 ‘비해당’의 주인으로서, 박보검이 뿜어낼 섬세하고 지적인 에너지는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 '몽유도원도'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김남길(왼쪽)과 안평대군 역을 맡은 박보검.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양대군에 비해 낮은 비중으로 다뤄졌던 안평대군이 이 영화에서는 전면에 나서게 된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을 안견에게 그리게 한 국보 ‘몽유도원도’의 탄생 비화와 함께, 그 아름다운 화폭 뒤에 숨겨진 잔혹한 정치적 암투를 그린다. 박보검이 연기할 안평대군은 단순히 유약한 희생자가 아니다. 형 수양대군(김남길 분)의 칼날 같은 야심에 맞서 집현전 학자들과 문인들을 지키려 고뇌하는 인물이자, 자신의 예술적 이상향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다.

수양대군 역의 김남길이 선보일 거칠고 묵직한 카리스마에 대항해, 박보검은 단단한 내면과 외유내강의 연기로 팽팽한 심리적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단 한 호흡으로 감정의 극점까지 치닫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부터 사약을 받고 36세의 나이로 요절하는 비극적인 결말까지, 박보검의 깊은 눈빛은 계유정난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 안평대군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전망이다.

박보검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맑고 바른 이미지를 넘어,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외로움과 비장미를 장착하며 한층 깊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거친 야욕의 역사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꽃을 피우려 했던 인물, 박보검이 스크린 위에 새롭게 새겨 넣을 안평대군의 얼굴에 영화계와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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