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로 쌓은 현금·경험…ADC·항암 신약으로 확장
본업 현금흐름 기반 R&D 확대…신약 기업 전환 속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은 생산·허가·판매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ADC(항체약물접합체), 유전자치료제, 다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며 사업 구조 고도화에 착수했다. 본지는 특허절벽이 가져온 글로벌 시장 변화와 함께 K-바이오 기업들의 성장 전략, 그리고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기업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과 차세대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정적인 바이오시밀러 매출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산업의 무게중심도 ‘복제’에서 ‘창출’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축적한 현금창출력과 글로벌 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바이오시밀러가 매출 기반 확보와 해외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고부가가치 신약 영역으로 확장하는 ‘2단계 성장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개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상업화 경험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 전환에 필요한 자금력과 조직 역량을 확보하는 핵심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전경./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기반으로 ADC·신약 확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모두 ADC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규제 대응 경험을 신약 분야에 접목해 신약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하겠다”며 항체 기반 신약과 ADC 개발을 본격화했다. 셀트리온제약은 AACR 2026에서 TROP2 타깃 ‘CTPH-03’와 FRα 타깃 ‘CTPH-08’ 등 듀얼 페이로드 ADC 연구 성과를 공개하며 플랫폼 확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회사는 위치선택적 접합 기술과 신규 페이로드 개발 역량을 결합해 후속 후보물질 설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바이오시밀러 기업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고 있다. 회사의 첫 신약 파이프라인인 ADC 후보물질 ‘SBE303’은 지난 3월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했으며 AACR 2026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SBE303은 넥틴-4를 표적하는 차세대 ADC로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성 불응성 고형암 환자 149명을 대상으로 2030년 7월까지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와 함께 두 번째 신약 후보물질 ‘SBE313’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며 내년부터 매년 1개 이상의 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시장 성장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ADC 시장이 2028년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관련 임상 프로그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자료에서도 ADC 시장은 2022년 70억 달러에서 2028년 3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 분야에서 선택적 약물 전달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축적한 항체 설계·생산 역량을 ADC로 확장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산업적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밀러 넘어 신약으로”…산업 구조 전환 본격화

   
▲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 본사 전경./사진=셀트리온제약

실적은 이 같은 전략 전환의 배경을 보여준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1450억 원, 영업이익 321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1분기 매출 4549억 원, 영업이익 1440억 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바이오시밀러 본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신약 연구개발 투자 여력도 커졌다는 해석이다.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6에는 59개국 775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비즈니스 파트너링 부스는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128개가 마련됐다. 이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단순 수출이나 기술이전 단계를 넘어 글로벌 공동개발과 플랫폼 협업, 투자 유치까지 겨냥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는 향후 경쟁이 단순 판매량보다 바이오시밀러 성공 경험을 신약 성과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제품 중심 경쟁에서 플랫폼과 후속 파이프라인 경쟁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규제와 생산, 판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이제는 그 경험을 기반으로 ADC와 신약까지 확장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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