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논란 직후 ‘대표 경질·총수 사과’ 초강수 속도전 불구하고 정치권은 불매 부채질
과거 굿즈 유해물질 늑장 대응 학습효과에 즉각 수습 나섰지만 정부·여권 압박에 ‘도루묵’
날선 정치 언어가 키운 여론, 일선 노동자 향한 화살로…과도한 ‘기업 때리기’ 우려 증폭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논란이 터지자 하루만에 담당 임원을 넘어 대표이사까지 전격 해임하고 회사가 속한 그룹 총수까지 나서 직접 사과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에 대처해 신세계그룹은 한껏 몸을 낮추면서도 신속하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석적인 대응'에도 비판 여론은 되려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기관까지 날선 비판을 보태면서, 사태가 '기업 때리기'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26일 오전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7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스타벅스 카드' 잔액 환불 기준을 완화해 운영할 예정이다. 그간 스타벅스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선불충전금표준 약관에 따라 선불 카드 충전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환불할 수 있도록 했다. 불매 여론 확산으로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해당 약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져 왔다. 

전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세계그룹 임원진은 선불 카드 환불과 관련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며 관련 부처 협의와 시스템 조정 등을 거쳐 조속히 조치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자회견 당일 오후 3시께 곧바로 환불 기준 한시적 완화 운영에 대해 공지했다. 

이번 사태 대응에서 신세계그룹은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다. 논란이 촉발된 18일 오후 7시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곧바로 본인 명의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신세계그룹은 사과문 발표 후 두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손 대표를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음날 오전엔 정용진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어 26일엔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고개를 숙였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세계그룹의 발빠른 대처를 과거 논란에서 학습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스타벅스코리아는 여름 이벤트로 증정한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제조사를 통해 유해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약 두달간 이벤트를 지속한 것이 거센 비판을 불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냄새의 원인에 집중하느라 유해물질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유해물질이 검출된다는 주장 이후 제조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 테스트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시험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친 것이 비판 여론을 키운 만큼, 이번 사태에선 곧바로 적극적인 수습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 26일 오전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신세계그룹 주요 경영진이 '탱크 데이'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다만 이번에는 신세계그룹의 즉각적인 대응에도 사태가 진화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날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을 향한 날선 비판을 던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서 "소나기 피하기성 가식적 사과가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상처받은 분들께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더 진정성있고 더 책임지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도 "사고의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등 사고의 내용과 형식, 모든 측면에서 진정성이 없다"면서 '황당한 궤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도 이례적으로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하며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며 정부 부처 차원의 불매를 선언했다. 국방부도 스타벅스코리아와 함께 진행했던 장병 복지 증진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각 부처에서는 행사 경품 등으로 지급하던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을 타 브랜드 제품으로 교체하고, 공직사회에서도 스타벅스 이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불매 움직임의 여파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소 점심시간이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주요 상권 스타벅스 매장들이 눈에 띄게 한산해지는 등 매출 타격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악화된 여론은 스타벅스 현장 직원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현장에서 사상 검증과 폭언을 당하고 있다"는 직원의 하소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매장에 공식 사과문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추가 공지를 게시하고, 정 회장도 나서 "현장 직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고 호소하며 여론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거 불매 운동 사례들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는 선에서 그쳤는데, 정부 부처들까지 직접적으로 불매를 선언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면서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 정치권이 불매를 주도한 사례는 있었지만, 특정 브랜드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