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틸리티 전력망 확충 한계…빅테크 자체 '기저 전원' 확보 사활
공급 병목 틈탄 두산 가스터빈 수주…HD현대 등 선박 엔진 육상 진출
단기 수혜 넘어 글로벌 주도권 확보하나…친환경 발전 기술력 무기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글로벌 자본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빅테크들의 자체 전력망 구축 수요가 국내 조선 및 기계 업계 밸류체인을 바꾸고 있다. 기존 전력망 사업자의 송배전망 확충 속도가 한계에 부딪히자 가스터빈과 선박용 엔진을 육상 데이터센터의 전원으로 사들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을 파고든 국내 발전 및 엔진 기술이 글로벌 빅테크의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으로 편입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글로벌 자본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빅테크들의 자체 전력망 구축 수요가 국내 조선 및 기계 업계 밸류체인을 바꾸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해결할 발전 설비 기업들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가스 엔진 제조업체인 이니오(Innio)가 미국 증시에서 최대 202억5000만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인프라 몸값이 치솟는 이유는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기저 전원 수요가 폭발하고 있음에도, 지역 유틸리티 기업들이 송전선 교체와 부지 확보 문제로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력 확보가 생존과 직결된 빅테크들은 기존 전력망에 의존하는 대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인근에 자체 발전 설비를 직접 짓는 방향으로 밸류체인을 수정했다.

◆ 두산 복합발전 특수·HD현대 영토 확장

글로벌 빅테크의 절박한 '전력 자립' 수요는 국내 기계 및 조선업계에 확실한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먼저 육상 발전 인프라가 주력인 기계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효율 복합발전 수요가 급증하며 두산에너빌리티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기업과 370메가와트급 스팀터빈과 발전기 각각 4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스팀터빈 수주에 이은 추가 공급 계약이다.

가스터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추가 전력을 생산하는 스팀터빈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전력 공급 안정성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의 밸류체인에 정확히 부합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 해당 물량을 공급하며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굳혔다.

육상 가스터빈 공급마저 빠듯해지자 조선업계의 영토까지 육상으로 확장됐다. 즉시 인도가 가능하고 거친 해상에서 내구성이 입증된 선박용 이중연료(DF) 엔진이 데이터센터의 발전원으로 투입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6271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발전 설비 계약을 체결했다. 가스터빈 대비 빠른 납기일과 저렴한 초기 비용을 앞세워 육상 전력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선박용 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엔진 역시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발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선스 재협상과 생산 설비 증설을 타진하고 있다. 기존 선박 수주 사이클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조선업계가 '육상 전력 인프라'라는 거시적인 새 수익원을 창출한 셈이다.

◆ 선제적 친환경 발전 밸류체인…구조적 롱런 핵심 무기

국내 기계 및 조선업계가 개발 중인 무탄소 친환경 기술력은 이런 단기 수주 특수를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끌 무기로 지목된다. 현재 전력망 특수가 주로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궁극적으로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 환경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 밸류체인 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연가스를 넘어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혼용하거나 전소할 수 있는 고도화된 무탄소 발전 기술을 요구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육상용 수소 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조선업계 역시 선박 환경 규제에 대응해 암모니아 및 수소 엔진 상용화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기확보한 친환경 밸류체인이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공업계 관계자는 "가스 엔진 기업 이니오의 27조 원대 상장 추진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전력 확보를 위해 기계·발전 인프라 시장에 얼마나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라며 "납기 우위를 바탕으로 육상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확보한 수소·암모니아 기술력을 육상 발전용으로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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