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조4960억 규모 초대형 사업…압구정 유일 경쟁입찰 사업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vs '아크로 압구정' 최종 간판은? …30일 총회
현대는 '브랜드 연속성'…DL은 '사업성 극대화' 앞세워 막판 설득전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압구정 재건축의 마지막 격전지로 꼽히는 5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주전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원시티' 완성을 노리는 현대건설과 강남 최상급지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려는 DL이앤씨가 막판 조합원 표심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왼쪽), 아크로 압구정(오른쪽) 단지 투시도./사진=각 사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압구정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번 사업은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추진되며 총 공사비만 약 1조4960억 원에 이른다. 

압구정5구역은 일대 재건축 지구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입찰이 성사된 사업지다. 앞서 압구정2구역은 지난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3구역과 4구역 역시 최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각각 수의계약을 통한 무혈입성을 마친 상태다. 

수주전의 두 주인공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양사는 수주전 막바지까지 브랜드 가치와 금융조건, 특화설계 등을 앞세워 조합원 설득에 나서고 있다. 5구역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29가구에 불과한 만큼 사업성 개선과 조합원 분담금 절감 여부 등이 표심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거론된다.

◆ 기호 '가' 현대건설, 텃밭 사수 총력…5구역 품고 '원시티' 만들까

현대건설이 제안한 단지명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대신 '현대'를 단지명에 직접 녹여낸 것으로, 오늘날 압구정을 국내 최고 부촌으로 만든 '압구정 현대'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핵심은 '압구정 원시티'다. 압구정을 하나의 도시처럼 만들겠다는 청사진으로, 전체 6구역 중 2·3구역을 수주했다는 점을 활용해 입주민만을 위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입주민이 앱을 통해 차를 부르면 무인 DRT가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잠원한강공원 등 주요 거점에 내려준다. 

금융 조건으로는 공사비 1조4960억 원, 이주비 LTV 100%, 사업비 금리 코픽스(COFIX)+0.49%, 추가 분담금 최대 4년 납부 유예를 내걸었다. 공사비에는 1927억 원 규모의 특화 품목 비용이 포함됐다. 공사 기간은 총 67개월로, 신속통합기획 사업 경험과 초고층 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성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일정이라는 설명이다. 

외관 디자인은 영국 건축그룹 RSHP와 협업한다. 미래지향적 하이테크 설계 철학을 기반으로,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된 BIPV 기술과 고급 석재 마감을 통해 한강변 스카이라인에 걸맞은 완성도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커뮤니티와 주거 공간에도 차별성을 더했다. 약 2400m 동선 체계 '더 커넥트 2400'으로 지하 커뮤니티·지상 산책로·한강변 보행 브릿지를 하나로 연결하고, 기둥식 구조를 활용한 '커스텀 메이드 유니트'로 입주민이 공간을 자유롭게 꾸릴 수 있도록 했다. 단지 진입부터 가구까지 외부인과의 동선을 분리하는 '프라이빗 시퀀스'도 도입해 프리미엄 주거의 완결성도 높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25일 압구정3구역 총회에서 이미 압구정 일대 조합원 신뢰를 확인했다. 참석 조합원 2621명 중 2332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찬성률 89%로 시공사에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 3988명 가운데 65.7%가 참석한 높은 관심 속에서 거둔 결과다. 5구역 수주전을 앞둔 현대건설로선 적잖은 호재다.

◆기호 '나' DL이앤씨, '조건'으로 승부…아크로 최상급지 착륙 '준비'

DL이앤씨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수의계약 중심 기조를 유지해온 DL이앤씨가 경쟁입찰에 직접 뛰어든 것 자체가 이번 수주전에 거는 내부 의지를 방증한다.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에 대적할 단지명은 '아크로 압구정'이다. 그동안 한강변 주요 입지에 아크로를 집중 배치해온 DL이앤씨가 압구정5구역을 한강변 아크로 주거 라인을 완성할 퍼즐로 낙점한 셈이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성동구)·아크로 리버파크(서초구 반포)·아크로 리버뷰(서초구 잠원)·아크로 한남(용산구 한남5구역)으로 이어지는 한강 벨트에 이미 아크로 DNA가 이식돼 있다.

DL이앤씨가 경쟁입찰에 참전한 것은 2021년 북가좌6구역 이후 약 4년 만이다. 그만큼 이번 승부에 공도 들이고 있다. 사업성 개선과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파격 조건을 통해 현대건설의 브랜드 정통성 전략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우선 금융 조건의 골자는 '조합원 수익 극대화'다. 3.3㎡당 공사비를 조합 제시안보다 100만 원 이상 낮춘 1139만 원으로 확정했고, 필수사업비 가산금리는 0%를 제안했다. 시공사가 사업비를 조달할 때 발생하는 이자가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분담금 납부는 입주 후 최대 7년까지 유예하고, 이주비 LTV는 150%를 제시했다. 통상 재건축 사업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수준이다. 공사기간은 57개월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의 공사기간이 통상 60개월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파격적이다. 이주비와 사업비 이자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다.

사업성 개선안도 공격적이다. DL이앤씨는 한국 공동주택 사상 최대 수준인 806.6㎡(약 244평) 규모의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총 11개 펜트하우스를 계획했다. 대형 평형에 국한하지 않고 20~50평대에도 펜트하우스를 배치해 일반분양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설계진도 글로벌 거장들로 채웠다. 아르카디스·에이럽·야부 푸셸버그·톰 스튜어트 스미스 등과 협업해 하이엔드 단지를 구현한다. 아울러 조합원 전 가구를 한강변 1열에 배치하고 3면 개방 이상 가구는 955가구로 조성한다. 일부 가구는 최대 9개 실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압구정5구역 수주전은 DL이앤씨의 수장인 박상신 부회장으로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박 부회장은 2020년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당시,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 수주전이 당시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설욕전' 성격을 띠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은 사업 규모뿐 아니라 상징성이 매우 큰 사업지인 만큼 결과에 따라 향후 서울 대형 재건축 수주전 전반의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기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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