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파업 압박…제조사 부담 가중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레미콘 업계가 반복되는 운송사업자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와 파업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반도체 건설현장까지 협상 카드로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도권 레미콘 운송업계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건설 현장의 레미콘 트럭./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6월8일부터 수도권 믹서트럭 전면 운행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운송사업자들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물량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 유지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유지되는 반면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수익 구조 전반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제조사들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운반비만 매년 인상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2009년 5만6200원에서 현재 9만9600원으로 약 7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운반비는 약 두 배 수준인 150% 인상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실상 ‘운송비 인상 요구→파업 예고→협상→운송비 인상’ 구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운련은 과거 울산·부산·광주 등 지역에서 장기간 조업 중단과 운행 거부를 진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천안·아산 지역 파업 이후 수도권 전면 파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제조사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국가 핵심 반도체 현장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 운송사업자들은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에 믹서트럭 투입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며 운반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평택·SK 용인도 협상 카드로, “공기 지연 노린 압박” 우려 커져

특히 삼성전자 평택 현장의 경우 토요일 4회전 운반 조건으로 하루 150만 원 수준의 운송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통상 믹서트럭 1회 운반비가 10만원 안팎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휴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말 할증 등을 고려하더라도 4회전에 150만 원 수준은 쉽게 나오기 어려운 금액”이라며 “반도체 현장이 공기를 반드시 맞춰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활용한 요구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특성상 공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일반 건설현장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점에서 우려도 상당하다. 반도체 팹(Fab)은 공정 특성상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 장비 반입과 후속 공정 전체가 밀릴 수 있어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기존 협상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운반비는 레미콘 제조사 또는 각 대리점과 운송사업자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지만, 일부 반도체 현장에서는 건설사와 운송사업자가 직접 협상을 진행한 뒤 제조사에 사실상 통보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제조사와 운송사업자가 협의하는 구조인데, 반도체 현장에서는 건설사와 운송사업자가 먼저 금액을 정한 뒤 제조사에 통보하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 측에서는 운반비 인상이 매년 이뤄지며 운송사업자들의 노조 지위가 인정될 경우 향후 레미콘 제조사를 넘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단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재 서울행정법원은 운송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반면 앞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믹서트럭 운전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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