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AIDC 등 경쟁↑… 기업들은 이미 ‘넥스트 AI’ 준비
미중 인프라·산업 총력전… 국가 전략이 AI 경쟁력 좌우
거대언어모델(LLM)을 둘러싼 생성형 AI 경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글로벌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차세대 AI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가 전략과 정책 연속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AI 시대 한국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생성형 AI를 넘어 ‘행동하는 AI’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AI 데이터센터(AIDC)까지 현실 공간으로 AI가 확장되면서 산업 경쟁의 기준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은 HBM과 AIDC, 로봇 플랫폼 투자에 속도를 내며 ‘넥스트 AI’ 준비에 나섰지만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과 정책 연속성은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29일 업계에 따르면 AI 산업 경쟁의 중심축은 최근 피지컬 AI와 실행 환경, 인프라 경쟁 등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피지컬 AI는 AI가 카메라와 센서 등 하드웨어를 통해 실제 물리 환경을 인식하고 인간의 명령을 이해해 이를 현실 공간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뜻한다. 로봇과 스마트 제조, 물류, 자율주행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텍스트와 이미지 등 디지털 정보를 생성·분석하는 생성형 AI와 달리 물리 세계 데이터를 학습해 실제 기계와 시스템을 움직인다는 것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AI가 화면 안을 넘어 제조와 물류, 이동 수단과 도시 공간까지 확장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로봇 플랫폼 역시 함께 주목받고 있다.


◆ AI 다음 승부는 ‘현실 공간’… 기업들은 이미 경쟁력 키워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HBM과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 집중하는 동시에 로봇과 온디바이스 AI 등 미래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네이버는 ‘로봇들의 플랫폼’을 내세우며 디지털 트윈과 클라우드 기반 로봇 운영 체계 구축에 나섰다. 개별 로봇 경쟁보다 다수 로봇을 연결·제어하는 플랫폼 경쟁이 중요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AI 인프라 경쟁 역시 치열하다.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는 AIDC와 AI 인프라, 기업형 AX 사업 확대를 미래 성장 축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삼성SDS와 LG CNS 등 IT서비스 업계도 AI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S는 GPU 기반 AI 서비스와 공공·금융 AX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생성형 AI 플랫폼과 협업 솔루션을 앞세워 AI 인프라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LG CNS는 로봇 학습·검증·관제를 통합한 ‘피지컬웍스’를 공개하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피지컬 AI와 RX(로봇 전환) 시장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피지컬 AI가 이미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GPU 투자, AI 인프라 동맹 구축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모델·연산·플랫폼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인재 확보가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라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중국 역시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휴머노이드와 스마트 제조, 산업용 로봇, AI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제조·로봇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또 일본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경쟁에서 제조업 데이터를 활용한 피지컬 AI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NEC, 혼다 등 30여개 제조·기술 기업이 참여하는 ‘니혼AI기반모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최대급 데이터센터와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현실 정보를 통합 처리하는 피지컬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미국 빅테크 공세에 개별 기업이 대응하는 대신 제조업 연합과 인프라를 묶어 새로운 경쟁 축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AI 경쟁이 단일 기업보다 산업 연합과 데이터, 인프라를 함께 묶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 역시 AI를 단순 플랫폼 산업보다 제조·공공 인프라 경쟁력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산업용 AI와 로봇, 데이터 주권 확보 논의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 문제는 기술보다 ‘국가 설계’… 승부 가르는 정책·인프라

이 가운데 한국 정부의 역할과 정책 실행력에 대한 산업계의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AI 경쟁은 이미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급망, 교육과 인재, 규제와 투자 환경을 함께 설계하는 국가 단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와 연구기관, 정부가 연결된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산업을 키우고 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AI와 첨단 제조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AI 전략이 정권과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지고, 컨트롤타워 논의 역시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정책이 중장기 산업 전략보다 단기 현안과 정치 일정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산업계에서 보는 시각이다. 

국가 차원의 AI 비전과 투자 계획은 제시되지만 정권 교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실행 속도와 방향성이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산업계에서는 AI가 단순 기술 육성 정책이 아니라 전력·데이터센터·규제·인재를 함께 설계하는 국가 인프라 전략이라는 점에서 보다 일관된 정책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AI 경쟁을 단순 기술 확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역량’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거듭 제기된다. 기업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는데 정책과 제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패권 경쟁은 기업만 알아서 잘한다고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정부 역시 산업과 같은 속도로 장기 전략을 설계하고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데 아직은 정책과 제도가 산업 변화 속도를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