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 경제의 핵심 하방 리스크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지목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반도체 경기 둔화까지 겹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충격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국 경제의 핵심 하방 리스크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지목됐다./사진=김상문 기자


30일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중동 정세와 반도체 경기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최근 국내 경기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중동 지정학 리스크까지 확대되면서 성장과 물가의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기본 시나리오로 미·이란 협상 진전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점차 재개되고 연말에는 전쟁 이전의 60% 수준까지 회복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2분기 평균 배럴당 103달러까지 상승한 뒤 하반기에는 배럴당 90달러대 중반 수준으로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교착상태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연말까지도 통항량이 전쟁 이전의 30~40%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전제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하반기 평균 12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고 연말에도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유가 급등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 전반에 복합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가스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 제조업과 운송업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이는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전기·가스요금과 물류비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올해 0.5%포인트(p), 내년 0.3%p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0.3%p, 내년 0.5%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동 리스크가 조기에 진정되는 경우에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이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정상화되는 ‘조기 진정’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하반기 평균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국내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0.1%p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각각 0.2%p, 0.3%p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복합적으로 전개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 부정적 상호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률 둔화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