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 계약정보 활용해 업체 특정…실제 사업명 언급하며 접근
건산연·전문건설협회 잇단 경고…조달청·경찰청도 대응 강화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업체를 노린 사칭 사기가 공사명과 계약정보까지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공개된 계약·입찰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명과 발주기관을 언급하며 접근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기존의 단순 주의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계약정보를 악용해 실제 사업명까지 언급하는 건설업체 대상 사칭 사기가 늘면서 발주기관 재확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이미지생성=제미나이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연구원 직원을 사칭해 물품 구매를 요청하거나 허위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시도회들도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관 사칭 사기 관련 안내를 잇달아 공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잇달아 경고에 나선 배경에는 달라진 사기 수법이 있다. 과거에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관계자를 사칭해 불특정 업체에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실제 공사명과 사업명, 계약 정보를 언급하며 정상적인 업무 연락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사칭범들은 나라장터 입찰공고와 계약현황, 발주정보 등 공개된 자료를 통해 낙찰업체와 조달업체를 특정한 뒤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발주기관 명칭과 사업명을 알고 연락하는 만큼 담당자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계약 협의나 구매 요청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피해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대학교 시설관리부 직원을 사칭한 노쇼 사기로 지역 건설업체가 약 2억838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사칭범들은 추가 공사 계약과 물품 구매 등을 미끼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했다. 전건협 울산광역시회는 최근 울산시청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위조 공문과 직인을 활용해 물품 구매를 유도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회원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협회는 계약 체결이나 물품 납품 요청을 받을 경우 해당 기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사기 수법이 공공조달 계약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교해지면서 관계기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과 조달청은 지난 3월 공공조달 계약 정보를 악용한 노쇼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개된 조달정보가 사기 접근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나라장터 전자계약 단계에서 예방 알림을 제공하고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계약 상대방이 특정된 이후에도 허위 연락이나 물품 구매 요구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계약 전후 단계에서 확인 절차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실제 사업명과 기관명을 알고 접근하는 사례가 늘면서 계약 체결 이후에도 발주기관 재확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칭범들이 공개된 계약정보를 활용해 접근하는 만큼 계약이나 물품 구매 요청을 받을 경우 공문이나 명함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발주기관 대표번호나 담당 부서를 통해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주의 차원을 넘어 계약·발주 과정 전반의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사칭 사기는 실제 사업 정보와 계약 내용을 활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만 봐서는 정상 업무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계약이나 구매 요청을 받았다면 반드시 발주기관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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