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결정의 순간들: 포니에서 IPARK까지 50년의 기록 ① 윤수일에서 로제까지, 대한민국 ‘아파트 계급’의 탄생
수정 2026-06-01 10:58:54
입력 2026-06-01 10:39:55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1976년 한국도시개발 출범 후 반세기…주거 공간 넘어선 신분과 자산의 역사
“별빛이 흐르는 다리”에서 “아파트 아파트”로…대중가요가 박제한 한국인의 주거 욕망
HDC 50년 사사 《결정의 순간들》이 던진 ‘아파트 공화국’을 향한 뼈아픈 성찰
“별빛이 흐르는 다리”에서 “아파트 아파트”로…대중가요가 박제한 한국인의 주거 욕망
HDC 50년 사사 《결정의 순간들》이 던진 ‘아파트 공화국’을 향한 뼈아픈 성찰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1982년 가수 윤수일이 부른 황량한 도시 속 고독의 상징이었던 ‘아파트’는, 2024년 글로벌 팝스타 로제(ROSÉ)의 메가 히트곡 ‘APT.’에 이르러 전 세계인이 떼창하는 가장 힙한 한국식 유흥의 코드로 자리 잡았다. 대중가요의 노랫말 속에서 아파트의 정의가 바뀌는 동안, 실제 대한민국 땅 위에서 아파트가 가진 무게감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한 인간의 ‘자산 규모’이자 ‘사회적 신분’을 결정짓는 절대적 지표가 됐다.
올해(202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IPARK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이 발간한 공식 사사《결정의 순간들》은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든 그 욕망의 최전선에 섰던 민간 건설사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거대한 풍경을 정면으로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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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영 명예회장이 이끌던 한국도시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아파트 계급 사회의 출발점에 섰다. 사진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
■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쏘아 올린 ‘중산층의 신분증’
대한민국 아파트 개발사의 역사는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해 세운 ‘한국도시개발’과 함께 본격화됐다. 이들이 한강변 모래밭을 메워 올린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대한민국 주거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최고로 치던 자산가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강남 입지와 편리한 내부 구조에 매료됐다. ‘압구정 현대에 산다’는 말은 곧 대한민국 최상류층에 진입했다는 통행증과 같았다. 사사에서는 이를 두고 “아파트가 단순한 주택 공급의 단계를 넘어, 특정 계급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계급의 탄생’ 시점이었다”고 나지막이 고백한다. 이후 1980년대 후반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는 중산층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필수 자산’으로 공고해졌다. 건설사들이 지도 한 장을 들고 논밭을 누비며 벌였던 치열한 ‘땅 매입 작전’의 이면에는, 내 집 마련을 향해 달렸던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들의 처절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역사가 맞물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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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아이파크 시티 전경./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
■ 단순한 콘크리트 벽이 아닌 ‘자산 형성의 사다리’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왜 종교가 되었을까.《결정의 순간들》 제2장 ‘도시의 탄생과 아파트 계급’에서는 이에 대한 자조 섞인 분석이 이어진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정부는 부족한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야 했고, 민간 건설사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며 덩치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는 샀다 하면 가격이 오르는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파트 계급 사회’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 몇 평형에 사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졌다. 사사는 민간 디벨로퍼로서 대한민국의 스카이라인을 화려하게 바꾼 혁신의 주역이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파트가 자산 양극화의 주범이 된 시대적 명암에 대해서도 고백의 필치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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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해운대 마린시티 아이파크./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 ||
■ 50년의 공과(功過), 그리고 다음 결정을 향해
HDC그룹의 50년 역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파트를 향해 던진 환호와 절망의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압구정 현대의 신화, 분당 신도시의 팽창, 해운대 마린시티의 화려함을 지나 최근 몇 년간 겪어야 했던 대형 참사와 신뢰 붕괴의 뼈아픈 참회까지 모두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콘크리트 숲의 고독을 노래했다면, 오늘날 한국의 아파트는 거대한 부(富)의 전장이 됐다.
50주년을 맞아 사명을 ‘IPARK현대산업개발’로 변경하고 현장 중심의 배수의 진을 친 이들이 사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명확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쌓아 올린 ‘아파트 계급’은 과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가. 건설업의 본질이 ‘높이 쌓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지키는 것’임을 깨닫기까지 걸린 50년. [기획연재] 제2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운전대를 내려놓고 건설업이라는 전장으로 향해야 했던 1999년 현대그룹 분가 당시의 ‘결정의 순간’을 조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