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개월 연속 800억불 상회…일평균 수출도 40억불 고지 돌파
美 빅테크 AI 투자에 메모리 초과 수요…D램 682%·낸드 806% 폭등
5달 만 누적 흑자 1019억불…美·中·아세안 지역별 수출도 역대 1위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지난달 수출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기록을 세웠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고정가격 폭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견인한 가운데, 기타 품목도 일제히 호조를 보였다. 이로 인해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불과 다섯 달 만에 과거 연간 최대 기록을 돌파했다.

   
▲ 산업통상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했던 기존 역대 최대치(872억2000만 달러)를 두 달 만에 경신한 것으로, 사상 최초로 3개월 연속 800억 달러(3월 872억→4월 859억→5월 877억)를 상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0.7% 증가한 42억8000만 달러로, 이 또한 사상 첫 40억 달러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실적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독주 덕분이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9.4% 폭증한 371억6000만 달러로 월 기준 전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반도체 수출 역시 3개월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급증에 따른 메모리 초과 수요로 인한 고정가격 폭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 실제 고정가격을 보면 D램(DDR5 16Gb)은 지난해 5월 4.80달러에서 올해 5월 37.50달러로 682.1% 폭등했고, 낸드(NAND 128Gb) 가격 역시 2.92달러에서 26.51달러로 806.9% 치솟으며 수출 단가를 강력하게 밀어 올렸다. 세부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가 321억 달러(+255%), 시스템 반도체가 45억 달러(+6%)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착시(양극화)' 우려에 대해 산업부는 선을 그었다. 강감찬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와 컴퓨터를 제외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이 9.5%에 달하고, 반도체만 제외하면 16.4% 증가했다"며 "반도체 빛이 워낙 강해 다른 품목이 가려져 보일 뿐, 20대 주력 품목 중 12개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수출 모멘텀이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서버용 SSD 수요 확대로 컴퓨터 수출이 290.7% 증가한 41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무선통신기기(14억6000만 달러, +12.6%)와 디스플레이(14억7000만 달러, +9.4%)도 모두 플러스를 기록해 IT 전 품목이 활짝 웃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동·알루미늄 수요가 늘어난 비철금속도 41.5% 증가한 16억7000만 달러로 역대 1위 실적을 냈다.

이 외에도 선박(26억1000만 달러, +16.7%)이 LNG선 등 고가선 인도 증가에 힘입어 선전했으며, 바이오헬스(14억4000만 달러, +5.2%)도 주요국의 처방 확대 기조 속에 7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K-뷰티 선호도 제고로 화장품(11억8000만 달러, +24.2%)은 역대 5월 중 최고 실적을 깼고, 농수산식품(10억7000만 달러, +4.7%)도 면·빵 등 농산가공품 위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모빌리티와 기계류는 주춤했다. 자동차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와 협력사 화재로 인한 부품 차질, 중동 전쟁 물류 차질,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현지 생산 확대가 맞물리며 전년 대비 5.9% 감소한 58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다만, 내연기관차(-14.4%)와 달리 하이브리드(15억6000만 달러, +6.8%)와 순수전기차(8억4000만 달러, +16.0%) 등 친환경차 수출은 늘었다. 일반기계 역시 물류비용 증가와 관세 영향으로 6.3% 감소한 38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52억5000만 달러, +46.6%)과 석유화학(37억 달러, +11.1%)은 두바이유가 전년 대비 61.9% 급등한 덕에 단가 상승으로 수출액은 늘었으나, 국내 수출통제 및 내수 우선 공급 등 영향으로 물량은 각각 23.8%, 25.5% 대폭 감소했다. 특히 수출통제가 걸린 휘발유·경유·등유의 물량 감소 폭이 컸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지역 중 중동과 CIS를 제외한 7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양대 축인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호조와 화장품 등 소비재 선전으로 80.9% 폭증한 189억 달러를 기록해 7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대미국 수출 역시 자동차는 부진했으나, 반도체(+651%)와 컴퓨터(+675%) 등 AI 관련 IT 품목이 선전하며 59.1% 증가한 159억7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대아세안 수출은 반도체·석유제품 등이 고르게 늘며 전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인 158억5000만 달러(+58.4%)를 기록했다.

그간 우려가 컸던 대중동 수출(12억7000만 달러, -7.7%)의 경우,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로 자동차(-27%) 등은 밀렸으나, 현지 인프라 수요 확대로 일반기계(+26%)와 석유화학(+6%)이 선전하며 지난 3월(-50%), 4월(-25%)에 비해 감소 폭을 대폭 줄이고 완연한 회복 기미를 보였다.

지난달 수입은 20.8% 증가한 608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85억 달러, +25%), 석탄(11억 달러, +37.3%) 등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고유가 영향으로 15.9% 증가한 11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원유의 경우 공급망 대체처 확보로 물량 자체는 전월(6억2600만 배럴) 대비 5월(6억9800만 배럴)에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비에너지 분야에서는 내수 원자재인 나프타(+68.9%)와 반도체 장비(+71.0%)의 수입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69억5000만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냈다. 1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1~5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1019억1000만 달러로, 한국 무역 역사상 가장 호황기였던 2017년의 연간 최대 흑자 기록(952억 달러)을 불과 다섯 달 만에 조기 달성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은 3942억 달러로, 4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수출이 유례 없는 대호황을 구가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강 실장은 "현재 흐름이라면 산업연구원 전망치(9200억 달러)나 한국은행 제시안(9500억 달러)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가장 낙관적으로 시나리오를 본다면 일부 증권가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간 1조 달러 달성도 아예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수출 전선에 여러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최대 변수는 가격이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단가'의 급변동 가능성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하반기 단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변동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추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 EU의 철강 TRQ(관세할당)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장벽도 상존한다.

강 실장은 "현재 월 단위로 무역수지 적자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 오히려 대규모 무역흑자 자산을 어떻게 유용하게 관리하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하반기에는 국가별 성 유통망을 활용한 중국 소비재 시장 공략과 인도 CEPA 활용 등 신흥시장 진출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원유·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매달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대일본 무역수지에 대해서는 "올해 1~5월 누적 약 86억 달러 적자로 전년 대비 다소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일본향 반도체 장비, 바이오, 식품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관계 부서와 분석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