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격차 2.7%p로 축소
안으로는 '노노 갈등' 몸살…구조적 대전환 시급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수요 침체와 '반도체발 제조원가 상승(칩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 속에 글로벌 TV 시장의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단순한 박리다매를 넘어, 국내 가전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초프리미엄·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그동안 "한국은 고품질 프리미엄, 중국은 저가 가성비"로 알려졌던 이분법적 구도가 깨지고 있는 모양새다.

   
▲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수요 침체와 '반도체발 제조원가 상승(칩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 속에 글로벌 TV 시장의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단순한 박리다매를 넘어, 국내 가전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초프리미엄·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그동안 "한국은 고품질 프리미엄, 중국은 저가 가성비"로 알려졌던 이분법적 구도가 깨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플랫폼·구독 등 소프트웨어 기반 생태계로 사업 체질을 개편하는 등 생존을 위한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에 국내 기업들은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플랫폼·구독 등 소프트웨어 기반 생태계로 사업 체질을 개편하는 등 생존을 위한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 '반값 미니 LED' 내세운 중국 TCL, 삼성 추격 가시화

지난 달 2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6.1%에서 올해 1분기 16.8%로 0.7%포인트 소폭 상승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위 중국 TCL의 추격세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TCL의 1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급증했다. 이에 따라 TCL의 점유율은 12.0%에서 14.1%로 2.1%포인트 뛰어올랐다. 양사 간의 글로벌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분기 4.1%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2.7%포인트로, 1년 새 1.4%포인트나 좁혀졌다. 통상 1분기에는 중국 업체의 출하량이 삼성전자에 비해 둔화되던 과거의 계절적 양상마저 깨진 것이다.

특히 업계가 긴장하는 대목은 TCL의 성장 구조다. TCL은 저가형 LCD TV 물량에 의존하지 않고 전 카테고리에 걸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라인업인 '미니 LED LCD TV'가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TCL은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CSOT를 비롯해 TV 제조 관련 부문싀 수직계열화를 이뤄내며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췄다. 국내 가전업계 미니 LED 제품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급습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 '22년 만의 소프트웨어 수장' 강수, LG '가전 구독'으로 체질 대변혁

이에 국내 전자업계는 기기 제조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미디어 플랫폼'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4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에 구글 출신의 소프트웨어·플랫폼 전문가인 이원진 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삼성 TV 사업에서 비개발 출신 수장 선임은 22년 만이다. 이 사장은 스마트 TV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인 ‘삼성 TV 플러스’를 기획해 성공시킨 인물로,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TV를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 생태계'로 재정의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파격적인 복안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이 신임 부장은 취임 메시지를 통해 하드웨어를 넘어 칩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풀스택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LG전자 역시 구조적 체질 개선으로 중국의 공세에 전면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고전했던 LG전자 MS사업본부는 올 1분기 3718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사적인 고정비용 절감과 더불어 가전 구독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안착시켜 마진을 방어해낸 결과다. LG전자 역시 독자 스마트 TV 운영체제인 ‘웹OS(webOS)’와 ‘LG채널’ 등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방위로 강화하며 기기가 팔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글로벌 TV 시장의 격전은 더욱 다변화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라인업 다변화와 가격 방어선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 TCL은 일본 소니의 TV 사업 지분 51%와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합작법인(JV) '브라비아' 설립을 구체화하는 등 국내 기업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 칩플레이션 원가 압박 속 내부적으론 성과급 발 '노노 갈등' 사면초가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내우외환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최근 가격이 폭등한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으로만 1조9930억 원을 지출했다. DX 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9.4%에 달하는 규모다. 

LG전자 역시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매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고, 공조(HVAC) 사업을 맡은 ES사업본부는 구리 가격 폭등으로 원재료 매입 비중이 53.3%로 과반을 넘어서는 등 제조원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국내 대기업 내부를 뒤흔들고 있는 노사 갈등과 부서 간 '노노(勞勞) 갈등' 역시 신사업 추진력의 허리를 꺾는 핵심 리스크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진통 끝에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반도체(DS) 부문에 유리하게 설계된 성과급 체계에 반발해 가전·모바일 중심의 DX 부문 노조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가결 당일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이 사내 메시지로 내부 수습에 나섰을 만큼 조직 결속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과 중동 리스크 등 거시적 악재에 묶인 상황에서, 플랫폼으로의 체질 개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노노 갈등 봉합과 조직 안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기업의 개인기나 뼈를 깎는 비용 절감만으로는 중국의 보조금 및 수직계열화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운 만큼, 노동 시장의 합리적 개혁과 규제 완화 등 산업 경쟁력 전반을 제고하기 위한 거시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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