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수출 물량 급감
인천항 물동량 감소…영세업체 피해 확산
중동 의존도 낮추고 대체 시장 발굴 목소리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중고차 수출업계가 중동 전쟁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 지역 수출길이 막히면서 계약 취소와 선적 지연이 잇따르는 데다 주요 수출국들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모습이다.

5일 한국무역협회(KIT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중고차 수출은 21만1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0억3000만 달러로 18.2% 줄었다. 해상 물류 차질이 이어지면서 중고차 수출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3월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수출단지에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물류 마비에 수출 급감…영세업체 생존 위협

중고차 수출업계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 차질을 가장 큰 악재로 꼽고 있다. 중동행 선박 운항이 불안정해지면서 수출 계약이 연기되거나 선적 일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현지 바이어들이 계약 체결 자체를 미루는 경우도 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던 중동 시장은 전쟁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1~2월 1만4294대였던 중동 수출 물량은 3~4월 4508대로 68.5% 감소했다. 사실상 수출길이 막히면서 시장 기능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국가별로 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같은 기간 9122대에서 581대로 93.6% 급감했다. 예멘은 641대에서 102대로, 이라크는 422대에서 30대로 줄었다. 반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활용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2078대)와 오만(1692대)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수출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차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선적이 지연되면 보관 비용과 금융 비용이 늘어나고, 계약 연기와 취소가 반복될 경우 현금 흐름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가 흔들리고 향후 계약 체결이 어려워지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항의 물동량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중고차 유통과 경매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도 간접적인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영세 업체의 위기가 경매 시장 참여 저하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매집과 물류 유통 규모가 축소되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규제 장벽까지 겹악재…대체 시장 확보 시급

문제는 물류 차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요 수출국들이 환경 규제와 외화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중고차 수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쟁에 따른 물류 리스크와 제도적 장벽이 동시에 높아지며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2000cc 이상 중고차에 재활용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폐차세 역시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시리아는 외화 유출 방지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중고차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요르단 역시 인증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 변화에 중동 전쟁까지 맞물리며 수출 감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리스크에 수입국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중동과 유라시아 시장의 회복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출 구조가 이번 사태로 한계를 드러낸 만큼 시장 다변화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유관 기관 차원에서도 물류비 지원과 현지 시장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영세 수출업체들의 신규 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국내 중고차 수출 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 신호"라며 "중동 시장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대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수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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