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온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3000억 달러(약 2026조 원)가 증발했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브로드컴의 AI 사업 전망과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면서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AI 관련주에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사진=연합뉴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전 거래일 대비 10.3% 하락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이다.

투자심리를 흔든 것은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 사업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AI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대표 AI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이날 약 6% 하락하며 시가총액 3000억 달러 이상이 감소했다. 마이크론은 13% 급락했고, AMD와 마벨 테크놀로지는 각각 11%, 17% 떨어졌다. 브로드컴 역시 8% 가까이 밀리며 이틀간 낙폭이 20%에 육박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AI 관련주가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고평가된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 둔화 우려를 낮추는 대신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키우면서 기술주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데니스 딕 트리플D트레이딩 트레이더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매수에 나서던 투자 패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급락이 AI 산업 성장세 자체의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권오성 웰스파고 수석 주식전략가는 "반도체 업종은 과매수 구간에 진입해 있었던 만큼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이번 하락을 강세장의 종료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73% 상승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장기 성장 동력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조정이 과열 해소 과정인지, 추세 전환의 시작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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