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 현지정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투자가 공급망 차질과 금융권 익스포저 확대라는 잠재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투자가 공급망 차질과 금융권 익스포저 확대라는 잠재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한국은행 제공.


7일 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 현지정보-AI 투자와 관련된 연준의 견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2.51%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AI 관련 투자가 0.97%포인트를 기여해 전체 성장의 39%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닷컴버블 시기 정보기술(IT) 투자 기여도(28%)를 웃도는 수준이다.

AI 관련 투자를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등 하드웨어, AI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구분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AI 반도체 구매와 데이터센터 구축, AI 연구개발 확대가 미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기술이 실제 생산성과 고용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독일·호주 4개국 기업 경영진 약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는 지난 3년간 AI가 고용과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향후 3년 내 노동생산성은 평균 1.4% 개선되고 고용은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확대는 소수의 초대형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AI에 긍정적인 전망을 가진 기업들이 자본지출과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특히 자산 규모 상위 1% 기업이 투자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투자 계획이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인프라 구축 중심이라는 점에서 2026년 이후에도 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무역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부품 수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만·멕시코·베트남 등이 미국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 AI 관련 품목은 전체 글로벌 상품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최근 교역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공급망 리스크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이후 동남아시아가 AI 장비와 네트워크 장비의 핵심 공급기지로 부상했으나,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이 생산과 물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는 AI 관련 장비 납기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화학소재와 부품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잠재 리스크도 주목된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AI 관련 기업 대출 잔액은 약 1500억달러로 총자산의 0.8% 수준에 불과해 당장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대출 약정액은 4500억달러로 기본자본(Tier1 Capital)의 약 25%에 달하고,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의 상당 부분이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 집중돼 있어 투자 위축이나 고금리 장기화 시 손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AI 투자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 계획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투자 확대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향후 수익성 입증 여부와 공급망 안정성이 투자 지속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