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대신 폐식용유…정유업계, SAF 수익 구조 다변화
수정 2026-06-08 15:55:57
입력 2026-06-08 15:55:59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글로벌 SAF 의무화 흐름 '폐식용유(UCO)' 주목…시장 내 원료 병목 현상 가시화
가정집 기름 수거하는 일본과 대조…K-정유사, 지분 투자로 '탑다운' 공급망 자립
정제 설비 내 바이오 원료 동반 정제 안착…산유국 중심 역학구도 다변화 가능성
가정집 기름 수거하는 일본과 대조…K-정유사, 지분 투자로 '탑다운' 공급망 자립
정제 설비 내 바이오 원료 동반 정제 안착…산유국 중심 역학구도 다변화 가능성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항공업계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핵심 원료인 폐식용유(UCO)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선점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수거 업체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거나 합작공장(JV)을 설립하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원료 조달부터 정제까지 밸류체인 전반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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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울산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SAF 시장의 구조적 병목 현상은 생산 기술이나 설비 자체보다 원료의 안정적 조달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항공 허브인 싱가포르조차 1%의 SAF 혼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원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고품질 원료의 한정된 매장량과 수거 인프라 부족이 장기적으로 가동률을 제약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30년까지 항공유의 10%를 SAF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인프라 및 원료 부족으로 현재 생산량은 전체 수요의 0.3%(3만 톤)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300여 개 기업, 대형 슈퍼마켓 등은 일반 가정을 돌며 폐식용유를 직접 수거하는 프라이 투 플라이(Fry to Fly) 프로젝트까지 가동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수거 방식은 물리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내 모든 가정과 기업의 폐식용유를 수거한다고 가정해도 2030년 필요량(약 170만 톤)의 약 4분의 1(55만 톤) 수준만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체적인 수거망 확충만으로는 만성적인 원료 부족 딜레마를 해소하기 어려우며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국내 정유업계 전략…지분투자 통한 업스트림 수직계열화
반면 국내 정유업계는 개별 수거에 의존하는 바텀업 방식 대신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료 공급망 지분을 흡수하는 탑다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권력이 과거 중동 산유국(NOC) 중심의 원유 도입선에서 전세계 농업 및 폐기물 수집 네트워크로 다변화되는 역학 변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콤플렉스(CLX)에 '동반 정제(Co-processing)' 설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상업 생산의 기틀을 가장 먼저 다졌다. 지난해 달성한 유럽 수출과 홍콩 캐세이퍼시픽과의 2만 톤 장기 공급 계약을 마중물 삼아, 올해는 아시아·태평양 전역으로 공급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글로벌 바이오연료 선도 기업인 네스테(Neste)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SAF 사업의 외연을 넓혔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에 준공한 바이오디젤 합작 공장을 통해 올해부터 연산 50만 톤 규모의 든든한 원료 수급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에쓰오일은 공정 고도화와 더불어 글로벌 표준 인증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ISCC CORSIA)을 지렛대 삼아 올해 북미와 유럽 노선을 보유한 대형 글로벌 항공사들과 구체적인 공급 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전용 생산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항공과 인천-고베 노선에 대한 SAF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공급망 중심의 밸류체인 진화는 정유사와 항공사, 원료 수집 업체 간의 역학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탄소 배출 규제를 기한 내 달성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물거나 주요 운항 노선을 축소해야 할 위기에 처한 글로벌 항공사들 처지에서는 안정적인 SAF 조달 시스템을 갖춘 국내 정유업계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단순히 제품을 인도받는 방식을 넘어 튼튼한 원료 공급망을 보유한 국내 정유사들과 합작 투자를 다각화하거나 장기 구매 동맹을 맺기 위해 긴밀한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단순 정제 마진(스프레드)의 변동성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내 정유사들로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향후 SAF 시장의 패권은 고도화된 정제 기술력 이상으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 역량이 가를 것"이라며 "국내 정유업계가 공격적인 지분 투자와 전략적 합작을 통해 글로벌 UCO 수거망을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전략은 탈탄소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적 지위에 올라서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