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일 ‘종합 AI 기지’ 한국…젠슨 황, AI 동맹 '마지막 퍼즐' 맞췄다
수정 2026-06-09 12:27:30
입력 2026-06-09 11:06:4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대만 컴퓨텍스서 '에이전틱·피지컬 AI' 선언 후 한국 직행…실전 파트너십 결성
삼성·SK와 7·8세대 HBM 장기동맹…현대차·LG·두산과 '로봇·자율주행 몸통' 구축
삼성·SK와 7·8세대 HBM 장기동맹…현대차·LG·두산과 '로봇·자율주행 몸통' 구축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3박 4일 방한 행보는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혁명의 청사진을 제시한 황 CEO가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한국의 제조 및 IT 인프라 기업들을 핵심 파트너로 결속했기 때문이다.
황 CEO는 방한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8일 저녁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 18개사가 참석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을 개최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한국은 반도체, 중공업, 소프트웨어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결합해 AI 혁명을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한국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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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4박 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9일 오전 김포국제공항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이번 연쇄 회동은 황 CEO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선포한 차세대 AI 구상과 직결된다. 당시 황 CEO는 연산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응용 서비스를 아우르는 프레임워크를 공개하며 실제 물리적 기기가 스스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봇·자율주행)' 시대를 예고했다.
◆ 삼성·SK와 '7·8세대 HBM' 미래 로드맵 공유…장기 기술 파트너십 구축
특히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 양사 간의 관계는 단기 부품 공급을 넘어 미래 R&D 로드맵을 공유하는 장기 기술 파트너십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칩의 설계와 위탁생산(파운드리)은 대만 TSMC에 의존하고, 그 칩을 구동할 메모리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할 하드웨어 및 데이터센터는 한국 기업들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난 황 CEO는 다년 계약과 다중 플랫폼을 아우르는 협력 모델을 공식화하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차세대 AI 슈퍼컴퓨터인 '베라 루빈'과 차세대 로보틱스 플랫폼 등에 탑재될 전용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며 기술 동맹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역시 황 CEO와 독대하며 내년 양산 예정인 7·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와 HBM5의 장기 공급 및 파운드리(4·8나노 자율주행·그록 칩)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삼성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6세대 HBM4 공급을 본격화한 데 이어, 최근 7세대 HBM4E 샘플 공급까지 마친 상태다.
◆ 현대차·LG·두산과 '피지컬 AI' 전선 구축…로봇·자율주행 하드웨어 공급망 확보
엔비디아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피지컬 AI'의 실전 전선은 한국의 완성차 및 가전·중공업 기업들과의 결합으로 구체화됐다.
황 CEO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및 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특히 정 회장의 제안에 따라 대규모 AI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새만금에 엔비디아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미 블랙웰 GPU 5만 장을 활용한 모빌리티 모델 개발에 3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최고경영진 회의(TMM)에서도 구체적인 협력안이 나왔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봇용 AI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레퍼런스(개발표준) 로봇 개발에 착수하며, LG이노텍(고성능 센싱 모듈)과 LG CNS(산업용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 등 그룹 역량을 연계해 제조·물류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로보틱스의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 개발과 두산밥캣의 건설 장비 AI 적용 등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모듈원전(SMR) 및 가스터빈 기술을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프라 플랫폼과 연계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설루션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 네이버·SKT와 GW급 글로벌 'AI 팩토리' 동맹…'전력 인프라'는 해결 과제
AI 인프라 및 소버린 AI(국가별 자체 AI) 영토 확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핵심 역할을 맡았다.
네이버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황 CEO의 회동을 통해 2027년 55MW 규모를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기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에 달하는 '1GW(기가와트)급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AI 인프라 생태계를 공동 공략하는 밸류체인 전반의 파트너십이다.
SK텔레콤 또한 엔비디아의 인프라 플랫폼 'DSX'를 기반으로 내년 국내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NCP)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시아 시장 선점에 나선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열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G전자의 냉각 설루션(CDU), LG엔솔의 데이터센터 전력 설루션, 두산에너빌리티의 SMR(소형모듈원전) 기술 등도 엔비디아 생태계와 결합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전방위적 협력이 장기적인 국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한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들이 구상하는 GW급 초대형 AI 팩토리와 새만금 데이터센터가 적기에 가동되려면 만성적인 송배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원전 등 대규모 전력 공급 체계가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과감한 선제 투자와 제조 경쟁력으로 글로벌 독보적인 파트너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인프라 공급 지연이나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을 없애야 이 기회가 기업 활동은 물론 장기적인 국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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