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현실화…장바구니부터 금리까지 압박
환율은 외환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장바구니 가격을 끌어올리고, 금리정책의 방향을 바꾸며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흔든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강달러 시험대에 올랐다. 본지는 '강달러 쇼크' 시리즈 3편을 통해 고환율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던지는 경고음을 짚고, 원화 약세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50선까지 치솟으면서 고환율 충격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키운다.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물가와 금리, 경기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원·달러 환율이 1550선까지 치솟으면서 고환율 충격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35.0원)보다 5.6원 내린 달러당 1529.4원에 출발했다. 전날 환율은 장중 155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초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6일(15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오전 11시 45분경 "과도한 환율 변동이나 일방향 쏠림현상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이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환율 상승이 단순한 외환시장 문제를 넘어 물가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는 다시 상승압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6%)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3.3%로 전월(2.9%)보다 0.4%p 올랐다. 생활물가는 식품과 에너지 등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되는 지표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생계비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류 가격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4.2%로 전월(21.9%)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올해 3월 9.9% 수준이던 석유류 물가는 두 달 만에 20%대를 훌쩍 넘어섰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월 리터당 1688.6원에서 3월 1836.4원, 4월 1986.1원, 5월 2011.2원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에 더해 환율까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국제 가격이 같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원화 기준 비용도 늘어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까지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역시 물가 상방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p 상향 조정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 역시 2.1%에서 2.4%로 높였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석유류에 그치지 않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점차 파급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데다 유가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한은도 향후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물가 전망도 크게 높아진 만큼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환율 1550원 시대의 부담은 외환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은 다시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인다. 외환시장에서 시작된 충격이 장바구니 물가와 대출금리, 기업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환율의 파급력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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