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이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고수익성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영업 조직 확대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N잡러 설계사를 중심으로 정착률은 하락하면서 양적 성장에 치중한 영업 전략으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사진=메리츠화재


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10개 손해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수는 총 15만6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99명(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는 4만6552명으로 1년 전보다 1만1014명(31%) 증가했는데 이는 N잡러 설계사 조직 ‘메리츠 파트너스’ 영향이다. ‘메리츠 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기준 1만명을 돌파하면서 판매 채널 기반을 넓혔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3월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을 겨냥한 ‘메리츠 파트너스’를 도입해 N잡러 설계사 모집을 시작했다. ‘메리츠 파트너스’는 기존 설계사의 영업 방식과 달리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속 설계사 수가 2만7518명으로 1년 전보다 4468명(19.4%) 늘었다. 삼성화재도 지난 1월 N잡러 설계사 조직 ‘N잡크루’를 론칭하고 판매 채널 확대에 나섰다.

이외에도 롯데손해보험은 ‘원더’, KB손해보험은 ‘KB N잡러’라는 이름으로 N잡러 설계사 조직을 운영 중이다. 

보험사들이 설계사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보장성보험 판매 채널에서 설계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고 있으나 건강보험과 같이 복잡한 구조의 상품은 대면 영업 비중이 높다. 결국 설계사 조직 규모가 판매 실적과 직결되고 이는 CSM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N잡러 설계사가 고수익 부업으로 인기를 끌면서 확산하는 가운데 고아 계약·불완전판매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설계사 조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신규 인력의 이탈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의 13회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39.85%였다. 이는 전년 대비 7.63%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50~60% 수준으로 나타났다.

설계사의 낮은 정착률은 단순히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업 현장을 떠나는 설계사가 증가하면서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 이른바 ‘고아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고아 계약’의 경우 보험금 청구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된다. 또 지인 위주 영업과 전문성 저하 등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N잡러 설계사 증가로 인한 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에 선발 및 교육 과정에서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CSM 확보 경쟁 속에 보험사들이 설계사 조직을 확대해왔으나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교육과 영업 지원을 통한 생산성 제고 및 정착률 개선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