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쏠림에 은행권 긴장…외환당국 시장 안정 총력
환율은 외환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장바구니 가격을 끌어올리고, 금리정책의 방향을 바꾸며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흔든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강달러 시험대에 올랐다. 본지는 '강달러 쇼크' 시리즈 3편을 통해 고환율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던지는 경고음을 짚고, 원화 약세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환율의 파장은 외환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이 1550선을 넘나들면서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 총력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환율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제공.


최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집중되는 곳 중 하나는 은행권이다. 환율이 급등할수록 달러 자금이 특정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달러예금 과당 유치 자제를 요청하고 외국환 포지션 점검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최근 환율 급등 과정에서 시장기능을 왜곡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쏠림을 유발하는 거래가 있었는지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검사는 외국환은행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외환 시세를 변동·고정시키는 등 시장 안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당국은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당국이 공동검사에 나선 배경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경계심도 깔려 있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 받지 않고 환율 차액만 정산하는 역외 선물환 거래로 국내 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선 특정 방향으로 거래가 쏠릴 경우 환율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역외 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은행권에도 외환시장 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선 과도한 달러예금 유치 경쟁 자제와 외국환 포지션 관리 강화, 환차손 위험에 대한 소비자 안내 확대 등의 주문이 이뤄졌다. 시장 안팎에선 당국이 단순한 환율 방어를 넘어 외환시장 질서 유지와 금융시스템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이 부담을 키우는 곳은 외환시장만이 아니다. 환율 불안은 통화정책 운용에도 적지 않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경우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통화 당국 입장에선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섣불리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다만 시장에선 최근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를 반영한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171.4% 증가한 32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경상수지도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36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정부 역시 최근 환율 상승을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다. 환율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통화정책의 선택 폭을 좁히는 동시에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시작된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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