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덜고 실리 더할까"...삼바 노사, 새 협상 테이블 열리나
수정 2026-06-10 16:41:16
입력 2026-06-10 16:41:22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노조 교섭 재개 요구하며 법적 공방 예고…사측 신중한 태도 유지
초기업노조 탈퇴로 협상 테이블 기대감…"독자적 협상 의제 중심으로"
초기업노조 탈퇴로 협상 테이블 기대감…"독자적 협상 의제 중심으로"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교섭 재개를 압박하며 법적 공방까지 예고했지만, 회사는 생산·품질 안정성과 글로벌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노조도 초기업노조 탈퇴를 논의하고 있어 실리에 맞는 협상테이블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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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지난 8일 회사에 임금·단체협약 교섭 재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기한 내 응답이 없을 경우 기존 교섭 해태 고소 건을 보강하는 등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전면 파업을 종료한 뒤에도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하는 무기한 준법투쟁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최근에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를 추진해 독자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에 따라 노사 갈등은 법정 공방과 단체교섭, 조직 형태 변경 논의가 뒤섞인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그간 노동부 조정 전후로 여러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수정안을 제시해 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노사는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노사정 3자 면담을 포함해 수차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노동부 권고를 수용해 향후 협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성실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공개 공방을 자제하는 대신 조용한 협상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과도한 투쟁, 생산·실적·주가 부담 키워”
상생노조의 강경한 투쟁 기조는 이미 회사 실적과 주가, 수주 경쟁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 풀가동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연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15~20%로 제시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어 왔다.
하지만 전면 파업과 이어진 준법투쟁으로 일부 공정이 중단되면서 회사와 노조 모두 파업 손실 규모를 약 1500억~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했고 증권가에서는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수천억 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파업과 갈등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연초 대비 주가가 약세를 보였고 “2분기 실적 쇼크와 신규 수주 경쟁력 저하,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성급하게 추가 파업·투쟁을 자극하기보다 생산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신중한 대응을 택한 것은 책임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고객으로 둔 대표적인 바이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다. 특성상 24시간 가동되는 생산 설비와 엄격한 규제 준수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공정 가동률이 흔들리거나 품질 관리에 빈틈이 생기면 단순한 분기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빅파마와의 장기 계약·신규 수주, 규제기관 신뢰까지 타격이 커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과 인사 문제를 놓고 강하게 요구할 수 있지만 회사는 고객사와 환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파업과 법정 공방의 빈도가 높아질수록 회사뿐 아니라 조합원 고용 안정성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앞서 진행한 교섭 과정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는 뚜렷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인사 제도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권에까지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하지만 회사는 “임금과 처우 개선은 논의하되 인사·조직 운영 원칙은 지키겠다”는 선을 분명히 그어 왔다. CDMO 산업에서는 공장 증설·라인 가동, 설비 검증, 품질 사고 대응 등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만큼 인사·조직에 대한 과도한 외부 개입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초기업노조 탈퇴, ‘정치화된 구도’ 정리 계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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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속해 있던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다. 삼성전자 DX,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서로 업종과 임금 체계, 규제 환경이 다른 4개 계열사 노조를 한데 묶은 초기업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세 불리기를 통한 그룹 차원의 압박”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작 공동교섭 구조에서는 각 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가 독자 노선으로 방향을 튼 뒤 초기업노조의 투쟁 동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각 회사의 사정이 다른데 한 틀 안에서 공동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탈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달 16~18일 조합원 총회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 안건을 상정한 뒤 24~28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원 과반이 참여하고 투표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탈퇴가 확정돼 독자 노선으로 전환한다.
노조는 초기업노조에서 이탈하더라도 투쟁 기조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상징성이 강한 공동투쟁 구도가 약화되는 대신 각 사업장 현실에 맞는 실리 협상으로 재편될 여지가 생긴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초기업노조 탈퇴 움직임은 복잡한 노사 구도를 정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그룹 차원의 초기업노조 틀에서는 개별 회사의 임금·성과·근무환경보다 그룹 전체를 겨냥한 상징적 의제와 대규모 집회·파업 등이 부각되기 쉬웠지만 독자 노선으로 재편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구조·규제 환경·고객사 요구 조건에 맞는 협상 의제를 중심에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초기업노조 탈퇴 추진은 이익 단체로서의 전략 변화이기도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자사 현실에 맞는 ‘현장형 노사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갈등의 강도보다 CDMO 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협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노조와)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며 아직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크지만 대화를 통해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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