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4년 전 등번호도 없이 월드컵 현장에서 동료 선수들이 뛰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예비 선수'가 2026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경기 첫 승을 이끈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바로 오현규(베식타시)다.

오현규는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5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두며 2026 월드컵을 기분좋게 출발했다.

오현규는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벤치 대기했다. 그리고 1-1로 팽팽하던 후반 24분 손흥민(LAFC) 대신 교체 투입됐다. 손흥민은 가장 많은 슛을 쏘고도 마무리가 안돼 골을 넣지 못했고, 체력 소모가 많아 지친 기색을 보이자 홍명보 감독이 과감하게 오현규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 오현규가 체코전에 교체 투입돼 역전골을 터뜨린 후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공식 SNS


생애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오현규는 투입된 지 11분 만인 후반 35분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황인범이 우측 뒷공간을 파고들어가 문전으로 내준 크로스를 오현규가 달려들며 상대 수비의 견제를 이겨내고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은 골키퍼를 지나쳐 체코 골네트에 꽂혔다.

오현규의 골로 2-1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끝까지 리드를 지켜 부담스러웠던 첫 경기 승리를 거두고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오현규가 월드컵 데뷔전에서 골을, 그것도 한국에 승리를 가져다준 역전 결승골을 집어넣은 것은 너무나 드라마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오현규는 대표팀과 함께 현장에 있었지만 정식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다. 당시 안면 부상을 당한 손흥민의 상태를 고려해 예비 선수로 대표팀과 동행했던 것. 그는 대표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지만 등번호 없는 유니폼을 입어야 했고, 월드컵 무대에서 뛸 수는 없었다.

4년 전 오현규가 한국대표팀 스트라이커의 상징인 '18번'을 달고 월드텁 무대를 누비겠다는 목표를 공책에 눌러쓰며 각오를 다졌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오현규는 목표했던 18번이 새겨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참가했으며, 체코전 역전골로 승리의 주역까지 됐다.

오현규의 이번 월드컵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 후 오현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23년 1월 수원 삼성을 떠나 셀틱(스코틀랜드)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이후 헹크(벨기에)를 거쳐 올해 2월 베식타시(튀르키예)로 이적했다. 유럽 여러 리그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스트라이커로서 기량을 키웠다. 베식타시 이적 후 공식전 8골 2도움으로 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잡은 것이 이번 월드컵을 자신감을 갖고 맞이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오현규의 본격적인 월드컵 여정은 이제 막, 아주 화려하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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