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던 독무대서 초반 분위기 못 이어가…왜 천만 동력 잃었나
전지현 ‘3000만’ 기록 사실상 무산…극장가 아쉬운 탄식 퍼져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전지현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 ‘군체’가 지난 12일부로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이뤄낸 뜻 깊은 수치다. 

그러나 극장가와 영화계 안팎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초반의 압도적인 기세에 비하면 흥행의 둔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비성수기 시장에서 이렇다 할 대형 경쟁작이 없는 ‘독주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군체’가 사실상 1000만 고지 평정을 눈앞에서 놓치게 된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군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흥행의 뒷심, 즉 장기 흥행을 이끌 원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들며 평일 일일 관객 수는 5만 명 남짓으로 주저앉았다. 주말 관객 폭발력마저 꺾인 상황에서 이 같은 추세는 600만 명 선이 이 작품의 최종 마지노선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 영화 '군체'가 12일 개봉 2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흥행 속도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미 '천만'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영화계가 이번 ‘군체’의 흥행 정체에 유독 깊은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는 배우 전지현의 '삼천만 여자 주연 배우'라는 대기록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이 모두 천만을 넘어서며 2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전지현은 이번 ‘군체’를 통해 '3000만 여배우’라는 대기록을 조준했었다. 하지만 500만 명 돌파를 기점으로 동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이 기록 도전도 사실상 요원해졌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군체’는 초고층 빌딩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SF 좀비 블록버스터다. 지난 5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개봉 초반에는 칸의 화제성과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등 초호화 라인업의 티켓 파워에 힘입어 관객을 빠른 속도로 흡수했다. 특히 5월 말과 6월 초 사이에는 뚜렷한 한국 대작 경쟁마저 없어 흥행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뚜껑을 연 ‘군체’는 대중적인 상업 영화로서의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인간이 무리를 지어 기이하게 진화한다는 ‘군체’의 설정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장르물 매니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나,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냉소적이고 어두운 메시지와 일부 인물들의 평면적인 서사는 흥행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 ‘반복 관람(N차 관람)’과 ‘강력한 구전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영리해진 관객들이 단순히 스케일이나 배우의 이름값에만 움직이지 않고, 서사의 개연성과 대중적 공감대를 철저히 따지기 시작하면서 초반 관객 몰이 이후의 확장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시장 상황 역시 ‘군체’의 장기전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등 외화들의 공세를 간신히 막아내며 역주행 1위를 탈환하긴 했으나, 극장가의 시선은 이미 한 달 뒤인 7월 15일 개봉을 확정한 나홍진 감독의 700억 대작 ‘호프’(HOPE)로 향하고 있다.

‘호프’가 등판하는 순간 ‘군체’가 확보하고 있던 스크린 수와 상영 회차는 급격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상반기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왕과 사는 남자’처럼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수개월간 상영관을 지키는 기적을 기대하기엔, ‘군체’의 현재 관객 낙폭이 너무 크다.

결국 강력한 라이벌이 없는 최적의 시장 환경 속에서도 대중성의 한계에 부딪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군체’의 행보는, 아무리 화려한 잔치라도 관객의 보편적인 정서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끝까지 달릴 수 없다는 냉정한 극장가의 현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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