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하 지연과 기술주 상장 쏠림에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장중 20만원선 붕괴
개인 투자자 관망세 짙어진 가운데 한국은행은 금 ETF 계좌 개설 등 투자 다변화 나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제 금값이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자금 이동 압력에 직면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13년 만에 금 관련 자산 투자 확대를 본격화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 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제 금값이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자금 이동 압력에 직면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이미지 생성=gemini


14일 한국거래소(KRX)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가 심화하면서 최근 온스당 4046.2달러 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4년 만에 약세장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 금 시세 역시 단기 급등 부담과 대외 변수가 맞물려 장중 1g당 19만6780원까지 떨어지며 약 6개월 만에 20만원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기대감 등 지정학적 긴장 완화 호재에 힘입어 지난 12일 오전 10시10분 기준 4228.30달러까지 일시 반등했던 국제 금 선물 가격은 같은 날 현지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온스당 4239.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뒤 횡보하는 장세로,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하락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

금값을 누르는 주요 요인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수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견조한 고용 흐름을 근거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2027년으로 늦췄다.

여기에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오픈AI, 앤스로픽 등 대형 기술기업의 상장 기대감이 커진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역대급 규모의 기술주 IPO들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금 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톰 프라이스 팬뮤어 리버럼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이스X IPO는 금값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 킨셀라 UBP 투자서비스 책임자 역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는 금 매도가 불가피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값 약세 흐름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 상품을 각각 1358억원, 813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원자재 ETF 중 가장 강한 매도세를 기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것이 금값 하락의 요인"이라며 "유가 상승과 함께 달러화 가치와 금리가 오르고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은 한동안 쉬어갈 가능성이 크며 온스당 3000달러대 중반까지도 하방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 같은 시장의 약세 전망과 투자자들의 관망세 속에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견조한 매입세는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13년 만에 금 투자 재개 채비를 마쳤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 효율화와 외화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 ETF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과 내부 규정 개정 등 제반 여건 구축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실물 금 외에 ETF 등 투자상품 다변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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