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한국 영화 빈곤’ 속 나홍진 10년 만의 신작 ‘호프’ 선발투수
디즈니·마블·놀런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초호화 폭격기 군단에 정면 도전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올여름 극장가가 그야말로 거대한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연중 최대 대목인 7, 8월 성수기를 앞두고 극장가 판도는 흥미진진한 구도로 짜였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홀로 외롭게 성벽을 지키고, 그 성을 향해 할리우드의 초호화 폭격기 군단이 무차별 공세를 퍼붓는 ‘1대 N’의 전면전이다. 

올해 한국 상업 영화들이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정면충돌을 피해 줄줄이 개봉을 미룬 가운데, 사실상 올여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건 유일한 구원투수로 나선 ‘호프’가 과연 할리우드 연합군을 통쾌하게 씹어 삼키고 극장가를 평정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세를 펼치는 할리우드 대작들의 면면은 가히 역대급이다. 포문은 디즈니·픽사의 간판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가 연다. 7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리즈는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에 열광하는 현실적인 세태를 반영해, 기존 팬덤은 물론 전 세대 가족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재촉할 예정이다.

   
▲ 올 여름 극장가에 걸리는 거의 유일한 한국 영화 화제작인 '호프'는 할리우드 대작들을 홀로 맞서 싸우는 형국이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마블 스튜디오의 핵심 카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다. 톰 홀랜드가 다시 메가폰을 잡고 피터 파커가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이후의 신선한 국면을 그려내며 전 세계 마블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여기에 8월 5일에는 ‘오펜하이머’로 거장의 위엄을 증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블록버스터 ‘오디세이’가 상륙한다.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등 이름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여름 극장가의 마지막 승부처를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이처럼 숨 막히는 할리우드의 N대 공세 속에서도 시장 전문가들이 한국 영화 ‘호프’의 완벽한 압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7월 15일 개봉을 확정한 ‘호프’는 ‘곡성’(2016) 이후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내놓는 마스터피스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라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에 더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까지 나 감독의 세계관에 매료되어 합류했다.

이미 올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베일을 벗은 ‘호프’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지금껏 보지 못한 독창적인 비주얼로 전 세계 평단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 가공할 만한 기대감은 즉각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개봉도 하기 전에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우며, 엄청난 규모의 순제작비 중 절반가량을 조기에 회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스크를 완전히 지워버린 ‘호프’의 독주 체제는 이미 예견된 셈이다.

   
▲ 6월부터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들. 사진 왼쪽부터 오는 17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5',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8월 5일 개봉하는 '오디세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니 픽쳐스 코리아,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지난해 여름 시장은 ‘전지적 독자 시점’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 상업 영화들이 난전을 벌이며 관객이 분산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올해는 다른 한국 대작들이 ‘호프’와의 파멸적인 경쟁을 피해 가을 이후로 눈치싸움 텐트를 옮기면서, 역설적으로 ‘호프’가 한국 영화 관객의 모든 화력을 독점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조성됐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지만,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깊숙이 파고드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서사와 스릴러적 카타르시스를 대체할 수는 없다. 곪아 터진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무장한 ‘호프’는 할리우드 연합군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는 것을 넘어, 올여름 전체 박스오피스를 집어삼킬 메가 히트작이 될 준비를 마쳤다. 

거장 나홍진이 지휘하는 이 무모해 보이는 ‘1대 N’의 싸움은, 결국 대한민국 영화사 상 가장 화려한 승전보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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