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톱클래스 배우지만 유독 500만 벽에 갇혔던 흥행 스코어
‘삼천만 배우’ 황정민과 함께 '호프'로 스크린 새 역사 조준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배우 조인성의 이름 석 자가 가지는 무게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내 최고 수준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통하는 독보적인 마스크, 여기에 매 작품 선 굵은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과감한 연기력까지 갖췄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톱클래스 배우이자 충무로의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름값과 완벽한 조건에 비하면, 이상하리만치 스크린에서의 흥행 성적은 늘 2%의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늘 흥행 타율은 높았지만, 대형 텐트폴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천만’의 문턱은 고사하고 언제나 500만 명 안팎의 단단한 벽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 이름값에 비해 그 ';흔한' 천만 영화 한 편이 없는 조인성이 이번 '호츠'로 첫 천만 영화를 정조준하고 있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스코어들은 조인성의 이 기묘한 흥행 잔혹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안시성’(2018)이 544만 명, ‘더 킹’(2017)이 531만 명, ‘밀수’(2023)가 514만 명을 기록하며 연이어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모두 500만 선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게다가 지난 2월, 류승완 감독과의 재회로 엄청난 기대를 모으며 설 극장가에 등판했던 액션 대작 ‘휴민트’는 손익분기점은커녕 관객 수 198만 명이라는 뼈아픈 수치에 그치며 조인성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남겼다. 이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겪어야 했던 흥행 갈증과 지난 2월의 부진은, 그가 오는 7월 15일 개봉을 확정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에 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절치부심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결정적 배경이 된다.

이번 영화 ‘호프’는 조인성이 지난 필모그래피의 모든 아쉬움을 단숨에 씻어내고 자신의 연기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 작품이다. ‘곡성’ 이후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호프’에서 조인성은 외딴 항구마을 호포읍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젊은 사냥꾼 ‘성기’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의 세련되고 젠틀한 이미지를 완전히 내던진 채, 멧돼지를 쫓던 날카로운 감각으로 미지의 괴생명체를 추적하는 거칠고 야성적인 이면을 폭발시킨다.

조인성의 이 지독한 독기와 변신은 이미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그 가치를 증명받았다. 올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조인성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인 칸의 레드카펫을 생애 처음으로 밟는 영예를 누렸다. 현지 시사회 직후 쏟아진 외신들의 극찬과 전 세계 200여 개국 선판매라는 독보적인 결과물은 그가 가진 티켓 파워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 '호프'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랍은 것이며, 황정민이라는 든든한 선배와 함께 한다는 점 등은 조인성에게 좋은 조짐을 느끼게 해준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국제시장'과 '베테랑', 그리고 '서울의 봄'까지 세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하며 이른바 '삼천만 배우'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 황정민과의 호흡은 조인성의 생애 첫 커리어 하이 달성에 든든한 날개를 달아줬다. 시골 경찰 ‘범석’ 역의 황정민과 사냥꾼 ‘성기’ 역의 조인성이 뿜어낼 압도적인 연기 시너지는 영화의 몰입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디즈니·픽사, 마블, 크리스토퍼 놀런 등 할리우드 초호화 대작들이 줄지어 습격하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호프’는 사실상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건 유일한 구원투수다. 경쟁작들을 압도하는 독창적인 스케일과 칸을 사로잡은 작품성, 그리고 ‘휴민트’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완벽하게 칼을 간 조인성의 인생 연기가 준비를 마쳤다. 

500만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있던 톱스타 조인성이 마침내 나홍진의 세계관 속에서 포효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첫 천만 배우’라는 찬란한 신기록을 아로새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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