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연상호 ‘군체’와 함께 뉴욕 상륙, 하명미 감독·김향기 현지 참석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주4·3의 참상을 여성과 아이의 강인한 생존 여정으로 그려내며 울림을 전한 하명미 감독의 영화 ‘한란’이 미국 뉴욕에 상륙해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제작사 웬에버스튜디오는 영화 ‘한란’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권위 있는 해외 영화제인 뉴욕아시안영화제(NYAFF)에 공식 초청되었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에는 연상호 감독의 대형 신작 ‘군체’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란’ 역시 공식 초청작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나란히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하명미 감독과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한 주연 배우 김향기가 뉴욕 현지를 직접 방문해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회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제작사 측의 제안으로 제주4·3평화재단과 연계한 제주4·3 관련 특별 전시가 영화제 기간 뉴욕 현지에서 함께 개최될 예정이어서, 영화 상영을 넘어 역사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문화 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제주 4.3을 다룬 영화 '한란'이 뉴욕아시안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사진=(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가혹한 토벌대를 피해 살아남고자 산과 바다를 건너야 했던 모녀의 처절하고도 강인한 생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겨울에 피는 한라산의 난초’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인간의 숭고한 존엄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해 냈다.

개봉 이후 평단에서는 4·3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비극을 모녀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생존 감각으로 밀도 높게 포착해 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명미 감독의 절제되면서도 힘 있는 연출과 배우 김향기, 아역 김민채 등 출연진의 호연이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겼으며, 제13회 들꽃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하는 등 미학적 성취도 크게 인정받았다.

국내 독립영화 배급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개봉 당시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란’은 종영 이후에도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VOD 개별 구매 1만 2,000건을 돌파한 것은 물론, 전국의 학교와 시민단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공동체 상영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란’의 진심은 해외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장기 상영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3일 제주4·3 희생자 추모일에 맞춰 정식 개봉한 일본에서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 만으로 상영관이 45개관까지 전격 확대됐다. 일부 극장에서는 종영 예정일을 넘겨 연장 상영이 확정되는 등 독립예술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유럽 전역에서도 특별 상영이 잇따르고 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관 ‘키노 라이카’와 헬싱키의 유서 깊은 ‘예술극장 오리온’에서 상영되어 현지 시네필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지난 3월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피렌체 광장에서 대규모 앙코르 야외 상영을 통해 다시 한번 이탈리아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 ‘한란’의 양영희 프로듀서는 “이번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제주4·3의 아픈 역사와 평화의 기억을 세계 관객들과 진솔하게 나누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북미 대륙까지 영역을 넓힌 ‘한란’의 멈추지 않는 여정은 글로벌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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