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통망 갖춘 대형사, 캐시카우 주목
지난해 시장 연 900억원대...지속 성장세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대형 담배 업체들이 비연소 제품인 액상형 전자담배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 담배 대형사들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달 15일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 비브를 국내에 출시하며 전통 담배 강자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불을 지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비브는 무분별하게 확산 중인 중국산 일회용 기기들과 명확한 차별점을 뒀다. 일회용이 아닌 충전식 기기를 도입하고, 폐쇄형 교체 포드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임의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다른 액상을 혼입하는 등의 2차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해 품질과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BAT로스만스는 지난 2023년 천연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 고 800'을 선보이면서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이듬해 합성 니코틴 제품인 '노마드 싱크 5000' 이후, 뷰즈 고 시리즈인 뷰즈 고(2ml), 뷰즈 고 박스(6ml), 뷰즈 고 슬림(2ml) 등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1위 담배 사업자인 KT&G는 지난 2019년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출시했다가 판매 부진 등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 담배 업체들이 액상형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유해성 저감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와 맞닿아 있다. 담배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에 주목해 태우지 않는 비연소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합성 니코틴 기반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로 편입돼 과세 대상에 포함된 것도 시장 재편을 앞당길 요인이다. 기존에는 세금 사각지대를 누린 영세 수입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난립했으나, 향후 동일한 세제가 적용돼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 품질이 입증된 천연 니코틴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담배 대형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질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합성 니코틴 제외) 시장 규모는 9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세금 규제가 적용돼 가격 저항선이 비슷해진다면, 막대한 자본력과 검증된 기술력,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대형 담배 업체들이 영세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담배 대형사들의 차세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