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도 G7 광물 공동 비축…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탄력
메탈가 급등락 '래깅 리스크' 축소…배터리 3사 원가 방어
소재 밸류체인 결속…OEM 대상 수익성 방어 지렛대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글로벌 핵심 광물 공동 비축 구상이 제안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 국가들의 광물 연대 구축이 고도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구축해온 공급망의 안정성을 배가하는 동기에 완성차(OEM) 업체들과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격 결정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요 광물의 공동 비축을 추진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각국이 90일분 이상의 국가 비축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공급이 단절됐을 때는 이를 시장에 방출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자원 수급 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계산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 칠레 염호에서 생산된 리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칠레 생산진흥청


◆ G7 주도 비축망 제안…비중국 공급망 다변화 흐름 가속화 전망

이번 G7의 핵심 광물 공동 비축 구상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 시장 구조를 다각화하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흑연 등의 채굴 및 제련 시장은 중국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위축될 수 있는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 이번 제안의 장기적 목표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은 중요 광물 비축 제도를 갖추고 있고 해당 구상에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조달 다각화 흐름을 지원하겠다는 조율 방침까지 확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상이 실제적인 제도로 구체화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서방의 광물 연대 구축 움직임이 기존에 밟아오던 탈중국 행보 불확실성을 없애줄 안전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비중국 자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G7 차원의 원자재 완충장치가 마련된다면 국내 업계가 발굴해온 제3국 자원 개발 프로젝트 안정성과 채산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여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배터리 업계, 메탈가 변동성 축소 사활…다변화 전략에 우군 확보

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해온 국내 배터리 업계에 G7 비축망은 중장기 수익성을 보호할 방어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이른바 '메탈가(핵심 광물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은 배터리 제조사의 영업이익률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통제해야만 안정적인 기초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는 통상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할 때 원자재 가격 변화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판가 연동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광물을 비싸게 사 왔을 때 메탈가가 폭락하면, 배터리 판매 가격도 함께 깎여 손해를 보는 '원재료 시차(래깅) 리스크'에 노출되는 시장 구조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각사의 비즈니스 구조에 맞춘 비중화권 광물 영토를 꾸준히 넓혀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주요 광산 업체와의 직접 공급 계약 및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업스트림 직접 진입 성과를 축적해왔다. 삼성SDI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을 뒷받침할 핵심 광물의 장기 수급처를 호주,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SK온 또한 북미 시장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인근 국가 중심의 리튬·니켈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다져왔다. G7의 공동 비축망이 향후 활성화된다면 이들 배터리 3사가 개별적으로 짊어져 온 원가 산정의 불확실성과 조달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3사의 원자재 안보 행보는 국내 소재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과의 밸류체인 결속으로 이어지며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등은 모그룹의 자원 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원자재 내재화 비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G7 주도의 광물 협력이 비중화권 제련 인프라 확충 등의 여파로 이어진다면, 국내 소재 기업과 배터리 3사 간의 수직계열화 시너지는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국적 기업 간의 밸류체인 결속과 안전한 공급망 구축 여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역학에서 향후 수익성을 지켜낼 가격 결정력으로 치환될 전망이다. 배터리 제조사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광물 밸류체인을 완벽히 증명해 낼 수 있다면, 이는 곧 단가 협상에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독보적인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K-배터리가 글로벌 캐즘을 뚫고 다음 사이클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구축해온 공급망 안정성 기조를 더욱 단단히 굳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개될 여파에 대비해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도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 광물 확보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민간의 해외 자원 다각화 행보를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가 자체적으로 다져온 공급망 다변화 기조에 G7 차원의 거시적 안전판이 더해지는 흐름"이라며 "향후 수주전은 가격 경쟁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인 원자재 밸류체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