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 금융노조·조선 철강업계 금속노조… 업황 눈감은 ‘일괄 투쟁’ 골몰
경기 침체에도 처우 절대 못 낮추는 ‘하방 경직성’ 고착… 고용 유연성 마비 주범
글로벌 침체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유연한 비상 경영과 개인기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신생 초기업노조를 비롯해 현대차·조선·철강업계가 속한 금속노조, 시중은행들의 금융노조에 이르기까지 거대 초기업 연대를 구축한 노동계는 업황과 국내외 정세는 외면하고, 성과급 상향 평준화 및 정년 연장 등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노조의 집단행동이 기업 경영과 전 세계 경쟁자들과의 생존 경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의 기득권 사수 투쟁이 노동 시장과 국내 정서를 왜곡하는 실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기업과 거대 초기업 단위 노조들의 세 과시형 집단행동과 관행적 투쟁 노선은 사내 갈등을 넘어 사회 전반의 고용 생태계를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고임금 혜택을 누리는 상위 10%의 대기업·금융권 노동자가 거대한 초기업적 연대를 구축해 업황과 무관한 고수익을 요새화하면서, 한국 노동시장 전반의 비정상적인 체질 변화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업황·실적 무시한 ‘일괄 투쟁’… 금융권·중화학 초기업 노조 득세

이러한 초기업적 기득권 지키기의 전형은 금융권과 전통 제조 대기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 노조들은 대표적인 초기업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산하 조직들이다. 이들은 개별 은행의 생산성이나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년 금융노조 차원의 일괄 가이드라인을 사측에 강제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도 주 4.5일제 도입, 획일적인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동 투쟁을 벌여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외면한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을 볼모로 잡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산하의 중화학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 조선·철강 대기업 노조들은 각 기업이 처한 업황 주기(Cycle)와 재무 현실이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동시 파업을 결의하며 공급망을 위협하곤 한다.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기준을 높여놓으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 노조들이 “우리도 같은 그룹사”라며 무조건적인 상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현대차그룹사 노조 연대 역시 기업의 지불 능력을 외면한 시장 역행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 ‘하방 경직성’ 고착화와 정규직 과보호…노동 생태계 훼손하는 모순

이처럼 대기업·초기업 노조가 연대 세력을 구축해 과도한 처우 개선을 쟁취할수록, 고용시장 전반의 규칙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임금의 하방 경직성’을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업황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은 급변하는데, 초기업노조는 집단의 힘을 빌려 ‘한번 올린 보상 기준은 절대 낮출 수 없다’며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결국 경기 침체기에도 비대해진 인건비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기업들은 고용 유연성을 상실하게 된다.

글로벌 트렌드인 ‘직무·성과 중심 보상체계’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사수하는 행태 역시 능력주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근로자의 능력이나 기업 기여도와 상관없이 머릿수를 앞세워 일괄적인 상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방식은 일한 만큼 보상받기를 원하는 젊은 핵심 인재들의 근로 의욕을 꺾고 조직 내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노조의 과도한 ‘정규직 과보호’ 투쟁은 역설적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 기피 현상을 심화시킨다. 한번 고용하면 업황이 악화돼도 구조조정은커녕 전환배치조차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정규직 신규 채용 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다. 

대신 AI·로봇을 통한 무인화 자동화 체계를 서두르거나 외주 위탁을 확대하면서, 노동계의 강경 투쟁이 오히려 청년층을 고용 절벽으로 내몰고 고용의 질적 저하를 촉발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 대타협으로 위기 극복한 선진국… 한국도 노사 관계 패러다임 전환 시급

결과적으로 초기업노조가 표방하는 대규모 연대 투쟁은 표면적으로는 ‘노동자 권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상위 10% 대기업 근로자의 기득권만 공고히 하고 국가 산업 전반의 고용 활력을 갉아먹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과거의 대립적 노사 구도를 깨고 ‘상생과 유연성’을 선택해 국가적 위기를 돌파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하르츠 개혁(Hartz-Reform)’이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독일 노동계는 무리한 임금 인상 투쟁을 자제하고, 고용 유연성을 수용하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다. 

노조가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고 직무 중심의 유연한 임금 체계를 받아들이자 기업들은 다시 투자를 늘렸고, 이는 독일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홀로 승승장구하며 유럽의 경제 강국으로 부활하는 결정적 발판이 됐다.

미국의 전통 제조업 부활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파업 만능주의로 공멸 위기까지 몰렸던 미국 자동차 업계(GM 등)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파괴적 투쟁 대신 ‘공장별 업황에 맞춘 유연한 임금 체계(이중임금제)’와 ‘생산성 연동 보상'을 도입하며 타협점을 찾았다. 

노조가 획일적인 상향 평준화 요구를 버리고 기업의 생존과 유연성을 먼저 고려한 결과, 미국 제조업은 다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 사례처럼, 초기업 노조의 획일적 상향 평준화 요구가 고용시장을 왜곡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며 “과거의 대립적 투쟁 노선을 과감히 버리고, 기업의 유연한 성장을 바탕으로 고용을 지키는 선진적 노사 관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