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품질 차별화에 한계…모방 불가능한 독자 브랜드 자산 구축 총력
창업주 경영철학 등 헤리티지 강조하고 자체 캐릭터 마케팅 전면에
단순 구매 넘어선 가치 소비 트렌드 확대…"스토리텔링 중요성 커져"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브랜드 역사와 철학, 독자 세계관 등을 담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만으론 브랜드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 경기도 안양시 오뚜기 안양공장 내 ’함태호홀’ 전경./사진=오뚜기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자사 아이스크림 브랜드 '돼지바' 출시 43주년을 맞아 약 2주간 이색 팝업스토어 ‘돼지바 빵집 since 1983’을 운영했다. 브랜드 역사에서 시작해 최근 신제품인 '돼지바빵'을 개발하게 된 배경까지의 스토리를 공간 전체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롯데웰푸드는 돼지바가 43년간 쌓아 온 브랜드 헤리티지에 ‘뉴트로’ 감성을 더해 젊은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헤리티지’ 마케팅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오뚜기는 최근 안양공장에 회사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헤리티지 공간 '함태호홀'을 조성했다. 실제 30년 넘게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 건물을 활용했으며, 내부 공간은 창업자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생애와 경영철학, 오뚜기의 역사와 제품 변천사, 식문화 체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뚜기가 처음 뿌리내린 자리에서 오뚜기 역사와 철학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도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식족평천(食足平天)' 철학을 계승해 '삶과 미래를 채우는 자양분이 되는 기업'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국물라면 신제품 '삼양1963'에는 과거 '우지파동'으로 속앓이를 했던 전 명예회장의 이야기가 담겼다. 당시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 원재료였던 우지를 활용한 제품을 통해, 삼양식품이 추구해온 맛의 철학을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신제품을 들고 있는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사진=삼양식품 제공


자체 캐릭터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친근감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신라면 첫 브랜드 캐릭터 ‘SHIN(신)’을 공개했다. 라면 면발과 신라면 봉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辛(매울 신)’ 자를 포인트로 활용했으며, 캐릭터 성격과 취미도 신라면의 특징을 반영해 설정했다. 농심은 언어나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직관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신라면 브랜드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슈거 소주 '새로'의 브랜드 앰배서더 캐릭터 ‘새로구미’를 활용해 캐릭터 IP를 확대하고 있다. 새로구미는 한국 전래동화 속 구미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로, '새로' 브랜드 탄생 배경부터 제품 특징까지 반영해 디자인됐다. 독자 세계관을 반영한 애니메이션 광고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1억 회를 넘어섰으며, 스토리텔링 요소를 녹인 체험형 오프라인 팝업 '새로도원'을 연계해 단기간에 확고한 브랜드 지지층을 굳혔다는 평가다.

   
▲ 농심 신라면 브랜드 캐릭터 'SHIN'./사진=농심 제공


식품업계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제품만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신제품 개발 주기가 짧아지고 유행 전환 속도도 빨라진 반면, 유사 제품 범람으로 충분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호가 빠르게 변화하고 제품 선택지는 많아진 만큼, 소비자가 제품 구매에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구매시 맛과 품질을 넘어 브랜드 철학 등까지 고려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브랜드 정체성에 공감하고, 브랜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만 강력한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