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사람 대신 데이터…제약 생산현장 디지털 전환 가속
생산성 향상·품질관리 고도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사들이 생산시설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지방 공장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 경쟁력까지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팩토리가 향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내부 시설 모습./사진=한미약품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생산공정 전반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생산·포장·물류 등 핵심 공정에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의약품 품질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 인력난·규제 강화에 스마트공장 확대

국내 제약사들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제조업 인력난과 글로벌 규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취업자는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방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직 인력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충북 오송·진천, 충남 예산, 경기 남부 등 주요 제약 생산거점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력 수급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 EMA(유럽의약품청) 등 글로벌 규제기관이 제조 공정의 데이터 추적성과 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람 중심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자동화 기반 생산환경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팔탄 스마트플랜트와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생산부터 포장, 물류에 이르는 주요 공정의 자동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으며 FDA와 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GMP 실사에도 대응하고 있다.

또한 평택 바이오 플랜트는 글로벌 파트너사가 개발 중인 MASH 치료제 임상 물량을 비롯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 하반기 출시 예정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을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대원제약 역시 충북 진천공장을 중심으로 자동화 체계를 구축했다. 진천공장은 원료 투입부터 제조, 포장,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한 스마트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향남공장 대비 필요 인력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생산 효율과 품질 안정성은 오히려 향상됐다.

◆ 생산성 넘어 수출 경쟁력으로

   
▲ 대웅제약 오송 스마트 공장 전경./사진=대웅제약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한 생산 자동화를 넘어 품질 경쟁력과 글로벌 진출 역량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충북 오송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생산·품질·설비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제조설비와 생산라인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설비 가동률과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온도·압력·습도 등 주요 생산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 품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보령은 충남 예산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포장·물류 공정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생산계획 수립부터 제조·출하에 이르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이고 공정 간 비효율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 역시 천안공장을 중심으로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자동화 설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생산 지시와 공정 이력, 품질검사 결과를 전산화하고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관리해 제조 이력 추적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마트팩토리가 AI(인공지능) 기반 생산관리 체계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지보전 기술과 AI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이 생산현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생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과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장 규모와 생산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적은 인력으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생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며 "스마트팩토리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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