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AI도 검사받는 시대"...통제권 확보에 사활 걸린 'AI 주권'
수정 2026-06-23 15:38:14
입력 2026-06-23 15:25:56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토스 접근 제한에 AI 안보 자산화 부각… 미중 패권 경쟁 확산
글로벌 협력·독자 역량 '병행'… SK텔레콤, AI 생태계 구축 '속도'
글로벌 협력·독자 역량 '병행'… SK텔레콤, AI 생태계 구축 '속도'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고성능 AI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하면서 AI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AI 모델이 국가 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도 AI 주권과 통제권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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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AI 이미지 | ||
23일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했다. 미토스5는 사이버 취약점 탐지와 보안 분석 등에 특화된 모델로, 업계에서는 일반 생성형 AI보다 국가 안보 민감도가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AI 모델 자체가 수출통제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의 기술 통제는 반도체와 통신, 배터리, 양자기술 등 전략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AI 모델 접근권까지 안보 심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AI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수출 제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여기에 AI 모델까지 통제 대상에 오르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 접근권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기술 견제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이 미토스 접근 권한을 부여한 기관 명단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AI 모델 역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국가 전략자산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외신 보도에서는 미국 정부가 미토스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과 기업 명단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업의 사업 이력과 협력 관계까지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정황도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AI 접근권 심사가 기업의 공급망과 글로벌 사업 관계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정치·외교적 긴장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개별 사업 활동이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경우 글로벌 협력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사업 활동은 별개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AI 모델 접근권까지 국가 안보와 외교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AI 모델도 전략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만큼 기업들은 글로벌 협력과 자체 통제 역량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AI 지정학 시대… 협력과 독자 역량 병행 나선 SKT
이 같은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SK텔레콤(SKT)이 거론된다. SKT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체 AI 역량과 인프라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패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협력망과 독자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KT는 지난 2023년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앤트로픽과 통신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AI 협력망을 넓혀왔다. 앤트로픽뿐 아니라 엔비디아, 퍼플렉시티, 람다 등 주요 AI 기업과도 협력하며 AI 생태계 연결고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SKT는 AI 인프라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AWS와 울산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는 DSX 플랫폼 기반 AI 팩토리 구축 협력에도 나선 상태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SKT의 AI 투자 행보를 단순 재무적 관점보다 전략적 동맹 구축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회사는 앤트로픽 투자 이후 AI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으며 글로벌 AI 얼라이언스 구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글로벌 협력망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미토스 사태가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을 낮춘 사건이라기보다 협력 방식의 기준을 높인 사건에 가깝다고 본다. AI 기술이 국가 전략자산으로 관리되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자체 운영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의 경쟁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수한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외부 변수에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제권' 확보가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향후 AI 경쟁의 기준은 단순히 최고 성능 모델을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모델과 글로벌 기업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핵심 데이터와 인프라, 서비스 운영 역량은 자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모델 접근권이 국가 안보와 외교 변수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만큼 누가 더 안정적으로 AI를 활용·운영할 수 있는 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T 역시 외부 협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AI 경쟁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자체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 개발을 추진했던 한편, 기업 대상 AI 전환(AX)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또 AI 데이터센터(AIDC)와 GPU 인프라 확보, 글로벌 AI 펀드 조성 등을 통해 AI 모델 활용부터 인프라 운영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SKT가 글로벌 협력과 자체 역량 내재화를 병행하며 AI 모델과 인프라, 서비스 전반에 대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글로벌 협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만, 협력만으로는 안될 것"이라며 "해외 선도 기업과의 신뢰 관계를 넓히면서도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 서비스 운영 역량을 확보하는 기업이 AI 패권 경쟁 속에서 더 안정적인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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